나이트 센티드 자스민 Night scented jasmine 야래향 향기
여고 시절, 친구들과 이야기 하다가 알았어요. 세계를 주름 잡던 최고 인기 미녀 마릴린 먼로가 "샤넬 5"를 입고 잔다고 하잖아요? 나도 미인이 입고 자는 "샤넬 5' 잠옷을 사입어야지 했다가 친구들을 까르르 웃게 만들었습니다. 내 머리 속엔 하늘하늘 잠자리 날개 같은 새하얀 잠옷을 그렸고, 친구들은 순진한 나의 말에 웃음을 터뜨린 것이었으니...
그 때부터 가장 갖고 싶은 목록에는 언제나 샤넬 5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30대 초반, 드디어 프랑스제 "샤넬 5'를 구입하였습니다. 오랫동안 갖고 싶었던 향수병을 가지게 되었지만, 깜짝 놀랄만한 향기가 아니어서 실망했습니다. 그토록 가지고 싶어했던 그 향수병은 지금까지도 경대 한 구석에 처박혀(?) 있습니다.
식물들이 내뿜는 저마다의 독특한 향기를 맡는 순간이 가장 황홀합니다. 이럴 때 식물을 키운 보람을 느낍니다. 밤에만 향기가 난다해서 붙여진 이름, 야래향 夜來香. 절묘한 이름입니다.
여름에 처음 꽃 피기 시작하면 그 후부터 두 달 정도마다 새꽃을 보여 줍니다. 밋밋한 키와 함께 꽃 또한 얼핏 보면 밋밋하기 그지없습니다만
가까이 다가가면, 별처럼 피어난 꽃잎이 아기자기하게 느껴집니다. 귀여운 아기 같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 한 명 한 명. 너도 나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사람이 아니겠어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각자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고운 마음을 보여주잖아요?
이 세상에 쓸모없이 태어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저마다의 소중한 매력이 다 숨어 있어요.
긴대롱같은 통꽃의 끝부분이 다섯 갈래로 벌어져서 핀 모습이 귀엽지 않으세요?
잎 속의 암술이 구슬을 머금고 있는 것 같아요. 꽃이 지면 초록구슬이 달려 있어요.
화려한 색상으로도, 요란한 겉모습으로도 치장 하지 않은 단순한 모습이지만 밤이 되면 내뿜은 향기는 집안 구석구석을 휘감아버립니다.
생명력 또한 칭찬할 만합니다. 온도만 적당하면 전지한 가지를 다른 화분에 꽂아만 주어도 뿌리가 내립니다.
지난 주 전지해서 곁에 꽂아 보았어요. 겨울에도 뿌리가 내릴 지는 두고 보아야겠지요?
전지한 것을 버리지 않고 여기저기 꽂아놓다보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삼 년전 야래향을 처음 구입하고 키우는 방법을 잘 몰라서 겨울에 그만 보내 버렸거든요? 속으로 얼마나 아쉬워하며 안타까워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듬해 봄이 되어 식물들에게 물을 주다가 고추잎처럼 생긴 아이들이 소복소복 자라는 화분 하나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잡초인줄 알고서 뽑았습니다. 뿌리가 얼마나 깊이 내렸던지 잘 뽑히지도 않는 것을 겨우 잡아당겼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뽑히지 않고 살았던 것이 하나 있었나 봅니다. 여름이 되자 꽃을 피우는 거여요. 꽃을 들여다보니 글쎄, 그게 바로 야래향 아니었겠어요? 전지하고 여기저기 쿡쿡 꽂아놓고서는 까마득히 잊어버렸던 것입니다.
그때 건진 야래향 한 그루가 자라서 이년 째 꽃을 보여주고 밤이면 향기를 뿜어냅니다. 야래향 향기를 맡으면 온 몸에 향기가 입혀지는 듯합니다.
누가 나에게 밤에 잘 때 무엇을 입고 자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응, 야래향 꽃이 피면 난 그때부터 야래향 잠옷을 입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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