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탁자
대문 계단 옆에서 자라는 소나무 두 그루.
왼쪽은 반송이고 오른쪽은 적송이 자라는 모습입니다.
이 두 그루가 조화를 이루어 풍겨주는 솔향은 마음을 상쾌하게 해줍니다. 그런 반송이 일년 전 겨울, 시름시름 말라가더니 육 개월만에 고사하고 말았습니다. 새봄이 되어도 싹이 나오지 않고 누렇게 마른 소나무를 보면서 소나무 제선충 걸린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제선충이라면 주변 소나무를 몽땅 다 베어내어야 합니다. 물론 우리 집뿐만 아니라 이웃들 소나무까지 죄다 잘라야 합니다. 구제역 걸린 농장 주변의 멀쩡한 소들을 보내는 것처럼...
죽어버린 소나무 잎을 돋보기, 사진기로 접사하여 찍기 등등으로 알아낸 것은 바로 눈안으로 겨우 보일락말락하는 해충들의 소행이었습니다. 소나무 잎마다 무수히 달라붙어 소나무 수액을 빨아먹었던 것입니다. 무슨 놈의 해충들이 소나무의 물관이란 물관은 다 갉아 먹어버려 물이 올라가는 길을 막아버리나요? 저도 먹고 소나무도 살아가게 해놓지 않고...
꽃잔디 뒤의 왼쪽은 흰철쭉 나무, 오른쪽 뒤편으로 보이는 것이 죽어가던 소나무(반송)입니다.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는 그렇게 해서 가버렸습니다.
죽은 가지를 하나하나 자르다보니 잔해만이 남았습니다. 더운 여름날, 東 혼자서 몇 시간에 걸쳐 가지를 자르고 땅을 파고 뿌리를 캤습니다.
캐낸 소나무 등걸과 뿌리를 뒤안 처마에 갖다놓고 방치한 지 육 개월, 드디어 이번 겨울에 작품을 만든다고 사투를 벌이더군요.
미친 아낙네의 산발한 머리카락 같은 뿌리들을 볼 적마다
'저 어지러운 것을 어디다 쓰려고?"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그 바람에 만드는 과정 사진이 없어요. ^^;;
한 달만에 완성하여서 거실에 갖다 놓았더군요.
'이 무슨 시츄에이션? 절반 톱질하다가 스톱은 왜 해서 저리 자국을?'
'늘씬한 다리를 죽 벋고 요가하는 미인의 옆모습?'
'작품 이름을 먼저 지어놓고 만들었으면 나도 같이 잘 도와주었을텐데...'
'그 실한 가지들을 왜 저리 엉망으로 잘라버렸지?'
'작품이 되려다 말았네? 진작 같이 해서 사포질도 좀 해주고 거들었으면 저런 모양은 안되었을텐데...'
머리가 된 뿌리들
현관 앞 데크에서 비닐 텐트 쳐놓고 작업하느라 손등 다 튼 東이 만들어 놓은 탁자에 제가 키우는 꽃들을 냉큼 올려 버렸습니다.^^;;
이 다음에는 함께 작품 만들자고 해야겠어요.
오늘의 교훈 : 죽어버린 나무 뿌리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작품으로 거듭나면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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