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멋진 피라칸타
어디서 났느냐고요?
지난해 초겨울, 누가 우리 아파트 입구에 뿌리째 뽑아서 화단에 던져 놓았더라고요.
키가 제 허리만큼 큰 것이었어요.
함께 퇴근하던 東이 덜렁 집어 들었습니다.
"그렇게 그냥 들면 엘리베이터에 흙이 떨어지잖아요?"
"던져놓은 것이어서 뿌리에 흙이 안 붙어 있는데?"
"억수로 못생긴 피라칸타이구먼.... 내가 주워오면 집안 복잡해진다고 난리면서..."
쭝얼쭝얼하는 내 말을 못 들은 척 東은 대형 피라칸타를 들고 왔습니다.
전 주인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성품을 짐작하겠더라고요. 식물을 얼마나 못 키웠는지 꼴이 말이 아니었어요.
이리저리 엉킨 가지랑 삐쭉삐쭉 튀어나온 가지를 대충 정리하고 화분에 심어서 양지 집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짠~ 놀라지 마세요.
나무 수형은 별로이지만 가을이 되니 피라칸타 열매가 매력을 발산하는 중입니다.
한 달 정도만 더 있으면 열매가 제대로 붉은 핏빛으로 타올라 눈길을 잡고 놓아주지 않을 듯합니다.
지난봄에 피어났던 꽃 모습 보세요.
파라칸타(Pyracantha angustifolia) : 장미과(Rosaceae)에 속합니다.
봄이 되어 피어난 조그마한 하얀 꽃이 얼마나 귀여운지요.
흰꽃이 눈 오듯 떨어지고 나면 콩알처럼 작은 청열매가 하얀 꽃 핀 자리마다 바글바글 맺힙니다.
새하얀 꽃과 짙은 향기로 인해 지난봄, 꽃이 질 때까지 눈이 즐겁고 코가 즐거웠습니다.
보잘것없던 수형도 꽃이 피니 다 가려지잖아요?
이 멋진 피라칸타를 아파트 화단에 과감히 버려 주신 분, 고맙습니다.^^
남부 지방에는 화단에서도 월동이 되지만 중부지방에서는 월동 불가여서 할 수 없이 화분에 심었어요.
흰 눈 오는 겨울날, 바글바글 매달린 피라칸타의 빨간 열매를 감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답니다.
피라칸타 꽃말은 알알이 영근 사랑이래요.
사랑이 알알이 영글면 미움도 질투도 싸움도 없을까요?
샤르님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피어나는 피라칸타 꽃과 열매를 일년에 몇 번씩은 구경시켜 주었지요?
우리 집 화분에서도 이런 모습으로 자라고 있는 것을 이제야 소개합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열매는 불타듯이 익었습니다.
이렇게 불타는 열매는 흰 눈 오는 한겨울까지, 아니 내년 새싹이 돋아날 때까지 삭막한 겨울을 지키는 효자노릇을 합니다. 피라칸타의 붉은 열매처럼 우리 가슴속 열정도 언제까지나 붉게 불타오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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