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기다리던 음력 삼월 삼짓날이다. 친정 어머니로부터 전수받은 민간요법(비법) 중 하나를 실천하기로 했다. 음력 삼월 삼짇날부터 오월 단오까지 매일 쑥을 뜯어서 깨끗이 씻은 다음, 새벽마다 그 쑥을 갈아서(찧어서) 나온 즙 한 공기(작은 소주잔 크기)를 마시면 위장에 좋다고 한다. 변비에도 효과가 있다. 주의 할 점은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마셔야 효과가 있다.
식전 공복에 마셔야 효능이 좋다는데, 늦잠자는 바람에 쑥을 뜯지 못했다. 아침 먹고 뒷동산에 갔다. 양달쪽 언덕, 낙엽으로 뒤덮힌 쑥 군락지가 있다. 알맞게 자라고 있었다. 갓 올라와 자라는 쑥들에게 가위를 들이대려니 너무 미안하다. 조그마한 것을 자르니 공연히 뒷골이 당기는 것 같아 일부러 마음 속으로 한 포기, 한 포기 숫자를 헤아리며 잘랐다. 일백개를 자르고 일어섰다.
내가 기억하는 친정 엄마가 아버지에게 드리려고 쑥즙 내는 모습은 새벽마다 쑥을 조그마한 절구에 찧어서 삼베 보자기로 짜서 소주잔에 담아 아버지께 드렸다.
쑥 한 개 한 개를 다듬으며 젊은 날의 친정 엄마와 아버지 모습이 생생하다. 약주를 좋아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엄마는 전날 시장에서 쑥을 사다가 깨끗이 손질해 놓으시곤 새벽이면 부엌에서 쑥즙을 내셨다.
새벽마다 부엌에서 '콩, 콩' 찧는 소리를 잠결에 듣곤했다.
엄마가 바쁜 일이 생겨 이튿날 찧을 쑥을 미처 사다놓지 못하면 내가 학교에서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시장에 가서 쑥을 사오라고 하셨다.
"너거 아부지 드릴 쑥이니깐 시장에 가서 할머니가 파는 깨끗한 쑥을 찾아서 잘 사온나."
그러면 나는 가방을 방에 던져두고 시장으로 부리나케 뛰어가서 쑥 파는 할머니를 찾아다닌다.
"할매예. 쑥 그거 깨끗한 거 맞아예? 우리 엄마가 생즙 낸다고 좋은 쑥 달라고 했어예."
친정엄마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나도 어느 결에 엄마를 닮았다.
결혼 후, 술을 좋아해서 위장병 달고 살았던 이십대, 삼십대, 위궤양까지 가버렸던 사십대 때의 남편을 위해 그동안 쑥즙을 세번이나 해주었다.
오늘은 귀찮아서 그만 생수를 조금 넣고 녹즙기로 돌려버렸다. 세 번이나 해 줄 동안 쑥즙맛이 어떤지 맛 볼 생각조차 못했다. 이유는 약은 나누어서 먹으면 안된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곁에서 바라보며 나도 함께 아픈 듯 전전긍긍했던 남편의 그 위장병, 위궤양에서 벗어난지 십년이 지났으니 올해는 나도 함께 먹어야겠다. 나 먹을 것까지 뜯으면 될테고...
첫잔을 남편에게 주며
"쑥맛이 어때요? 씁니까?"
"아니."
나도 내 잔을 얼른 마셨다.
'어머나? 정말 쓰지 않네? 쑥맛이 이렇게 부드러웠나?'
쑥향이 기분좋게 해주었다.
녹즙거르고 난 그 쑥에 계란 3개를 풀어서 계란찜을 해보았다.
색깔이 완전 녹차색이다. 쑥향이 나는 부드러운 계란찜 완성.
시작이 절반이라는데 앞으로 오월 단오때까지 시간나는 대로 깨끗한 쑥 뜯어서 잘 챙겨두어야겠다. 나는 쑥 사오라고 심부름 시킬 막내가 곁에 없으니...
♣ 쑥 꽃말 : 평안, 평화
♣ 7월 26일의 탄생화입니다. 탄생화에 따른 성격 : 당신은 '내가 뭔가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자신에게 자꾸 묻는 당신, 좀더 자신감을 갖는 게 어떨까요? 라고 하는군요.
♣ 일반적인 식용 및 민간 요법 쓰임새 : 이른 봄 날, 어린잎을 채취하여 된장국을 끓여 먹거나, 쑥떡, 쑥 버무리를 해서 먹는다. 쑥을 뜯어 응달에 말려 두었다가 가루를 내어 쑥차를 만들거나, 말린 쑥을 삶아서 쑥떡을 만들어 콩고물에 묻혀 먹는다. 이렇게 음식을 만들 때 우리 국민에게 친숙하고 쓰임새가 많은 식물 중 하나가 바로 쑥이다. 특히 봄에 어린 잎을 채취하여 무릇, 둥굴레와 함께 고아 먹으면 좋다고 한다.
♣ 식물의 특징 : 9 월에서 10월 사이 연분홍색 꽃이 피어난다. 뿌리줄기로 번식하며,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방향성 식물이다.
♣ 민간에서 가장 많이 사랑 받는 들꽃 중의 하나이다.
* 응달에 말린 쑥잎 10g(1회량)을 물 삼 홉으로 반이 되게 달여 3-4일 차처럼 마시면 복통에 좋다고 한다.
* 코가 막혔을 때 말린 쑥을 얇게 말아서 코 안에 삽입하면 잠시 후 금방 효과를 본다.
* 나는 상비약으로 잘 말린 쑥을 콩알 크기 정도로 조그맣게 꽁꽁 뭉쳐서 압정을 담았던 빈 통에 여덟 알 정도 넣어 다닌다. 주변 아이들이 코피가 날 때 당황하지 말고 콧속에 넣어 주면 코피가 곧 멎는다.
* 쑥은 우리 민족과 관계가 깊어 단군신화에도 등장한다. 약재로 쓰는 것은 예로부터 5월 단오에 채취하여 말린 것이 가장 효과가 크다고 한다. 복통·토사(吐瀉)·지혈제로 쓰고, 냉(冷)으로 인한 생리불순이나 자궁출혈 등에 사용한다. 여름에 모깃불을 피워 모기를 쫓는 재료로도 사용하였다. 한국·일본·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 왜 '오월 단오까지' 이냐 하면, 쑥은 음력 오월 단오 무렵이 가장 약효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단오가 지나면 쑥이 지닌 약효는 너무 진해져서 오히려 독성이 있다고 한다. 특히 약쑥은 삼 년 묵은 쑥이 가장 좋으며 싸주아리- 일반적인 쑥은 흰빛이 없으나, 이 쑥은 잎 뒷면이 전부 희며, 줄기까지 희다. 더하여 해변에서 자란 약쑥이 가장 약효가 뛰어나다고 한다.
참쑥 설명 : 약쑥·사자발쑥·모기태쑥이라고도 한다. 양지바른 풀밭에서 자란다. 높이 60∼120cm이다. 아르테미시아속에 속한 식물 중 쑥과 겉모습이 비슷한 것은 모두 쑥이라고 한다.
이중 특히 뜸에 사용하는 종을 참쑥이라고 하여 구별한다. 쑥 종류는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구별하기 어려우나, 두화(頭花)의 크기와 잎의 모양 등으로 구분한다. 참쑥은 쑥과 비슷하지만 잎 겉면에 흰 털이 난 점이 있어 구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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