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1일 일 맑음
간밤에 갑자기 꽃샘 추위가 찾아왔다. 아침에 일어나 바깥을 내다보니 온천지가 새하얀 도화지로 변해있었다. 아침 햇살이 떠오르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새하얀 도화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꽃샘추위도 봄태양 앞에선 기를 펴지 못하나보다.
집 주변에서 자라는 이런 저런 야생초와 나무들의 특성을 공부하니 모든 것이 약차 재료이다. 냉이 또한 차 재료로 이용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자주 결막염이 걸린다든지, 시력이 나빠지려는 징조인 눈이 침침해거나, 간이 좋지 않는 분들은 냉이차를 3개월 이상 꾸준히 마시면 효과를 본다고 한다.
깨끗이 씻어 잘 말린 냉이 10 포기 정도를 도자기 차주전자에 넣어 약 삼십 분 정도 은근히 끓이면 냉이차가 된다. 아주 미미한 단맛이 돌고, 냉이 향이 짙게 나는 냉이차를 두어잔 마시니 봄이 몸안에 들어온 것 같다.
칼슘, 인, 비타민 B, 베타 카로닌이 일반 채소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냉이를 캐러 바구니를 챙겼다.
어제 오후에 집 옆 매실나무 밭에서 냉이를 캤다. 등잔밑이 어둡다더니 바로 가까이두고 멀리 산허리밭까지 찾으러 다닐 뻔했다. 저 누렇게 시든 풀 속에 냉이가 지천으로 자라고 있었다.
천연퇴비로만 사용하는 친환경 농법으로 가꾸는 9호네 매실나무 밭. 믿을 수 있는 무공해 냉이들이다.
이웃들과 함께 냉이를 한보따리씩이나 캤다.
참 신기한 것은 겨우내내 노랗게 말라있던 냉이잎들이 하나둘씩 엽록소를 올리며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한 시간 동안 캔 냉이를 물에 씻어 흙을 털어내고, 티끌 하나 하나 고르는데는 무려 대 여섯 시간이나 투자해야 하다니 이건 완전히 자신과의 인내심 싸움이다.
냉이로 만드는 요리 종류는 어떤 것이 있을까?
냉이 국, 냉이 된장 무침, 냉이 초고추장 무침, 냉이 김치, 냉이 장아찌, 냉이 부침개. 냉이 된장찌개,....
냉이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무궁무진한 것 같다.
거기에다가 냉이차까지...
뿌리에서 냉이 특유의 향이 나는 것이니만큼 캘 적에 땅 속 깊이 박혀있는 뿌리까지 잘 뽑아내어야 한다.
바구니 들고서 들로 산으로 냉이를 캐어보는 것도 나른해지기 쉬운 봄날을 잘 이겨내는 것이 아닐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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