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논둑에, 밭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다지.
한 송이 한 송이는 볼품없지만, 한꺼번에 와르르 쏟아지듯 피어나는 꽃다지 무리를 멀리서 보면 노란꽃 바다로 보입니다.
마당 잔디밭을 점령한 꽃다지가 샛노란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꽃씨가 맺히기 전에 뽑아야한다는 강박증에 한 포기, 한 포기를 손으로 뽑았습니다.
손은 꽃다지를 뽑지만
머리속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좁쌀만한 샛노란 꽃들을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뽑다니..., 아, 겁나라. 꽃다지가 날 얼마나 원망할까?'
한움큼 뽑은 꽃다지를 집안으로 들고와서 작은 술잔을 화병 삼아 꽂았습니다.
줄기에 꽃이 닥지닥지 피어난다고 꽃다지라는 이름이 붙여졌대요.
꽃다지는 Draba nemorosa라고 하는데 그 뜻이 무관심이라고 합니다.
저도 물론이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봄날에 이렇게 조그마한 꽃으로 피어나는 꽃다지에 무관심합니다.
사람들에게 무관심을 받는만큼 꽃다지는 자기가 살 영역을 넓혀가서 봄날의 들판은 꽃다지 천지인가봅니다.
술잔에 꽂힌 꽃다지, 나름 어울리지 않습니까?
꽃다지만 놓아두니 어쩐지 외로워보여서 '천사의 눈물' 곁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꽃다지와 천사의 눈물이 만났습니다.
"꽃다지, 반가워, 나도 이렇게 조그마한 꽃을 피웠단다."
"꽃이 너무 작아서 보일듯말듯하지?"
이렇게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것 같지 않아요?
천사의 눈물과 꽃다지, 썩 어울립니다.
평화가 고요히 식탁에 내려온 듯 합니다.
아름답지 않는 꽃들을 보았는가?
눈에 뜨이는 꽃들은 아름답다.
눈에 뜨이지 않는 꽃들도 들여다보면 더 아름답다. - Hyun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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