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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고운 마음

인터넷 없던 세상에선 어떻게 살았을까나?

by Asparagus 2012.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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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섯 살 되던 해, 전 가족이 시골에서 대도시로 이사를 했습니다. 도시에 온 첫날, 큰오빠가 무엇을 만지니 천정에 달린 알에서 불이 켜졌습니다.

 

"저거 이름이 알전구이다.' (그땐 백열등을 알전구, 또는 알다마라고 불렀습니다.)

호롱불 아래 있다가 바람 불어도 꺼지지 않는 알전구가 너무도 신기해서 천정을 올려다보고 또 보곤 했습니다. 밤이 되어 내가 불을 끈다고 방에 앉아서 천정을 올려다보며 입을 모아 "훅" 바람을 불었습니다.

 

아무리 불어도 불이 꺼지지 않아 울상을 짓는데 큰오빠가

"ㅎㅎ 동생아, 너 아무리 입으로 불어봐라, 불이 꺼지나... 이렇게 끈단다."

하며 벌떡 일어나서 알전구를 건드리니 불이 꺼져서 두고 두고 신기해했던 그 기억.

 

지금 인터넷 세상도 별세상 아닌가요?

인터넷이 우리 생활에 깊숙히 들어온지도 어언 십몇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이제 인터넷이 없는 곳에 가서 살게된다면 세상살이를 잘 적응할지 걱정이 앞설 정도입니다.

 

집안에서 컴퓨터만 켜면

전 세계 소식을 듣고

사고 싶은 것 주문해서 사고

친척, 친구, 지인들 소식 주고 받고

...

무엇보다도 제 취미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고 도와주는데 가장 일조를 하는 것이 바로 인터넷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뒷동산과 맞닿은 담장에 서서 뒷마당을 내려다보았어요.

담장 위에 심은 개나리는 해마다 가을이면 담장 아래로 늘어뜨려지는 가지들을 싹둑해버리는 바람에 개나리꽃눈은 늘 수난을 당할 밖에요. 조금이라도 피어남을 다행이라 생각하며 잠시 개나리꽃에 눈맞췄습니다.

겨울을 난 참나물과 실파 - 미니 비닐하우스 속에 들어있던 녀석들입니다. 선물 받은 미니비닐하우스는 쓸모가 없어서 철거당했습니다.ㅠㅠ

 오늘 받은 택배, 셀릭스(오색버들)이라는 신품종 버드나무 두 그루와 다래 나무 네 그루입니다.

이 아이들은 제가 키우는 다육이들 골라서 보내 드리고 받은... 말하지면 물물교환했습니다.

지난 번 산마늘과 책을 바꾸었듯이 인터넷이 물물교환을 가능하게 해 준 겁니다.

 뒷마당 창가에 두 그루씩 나누어서 심었습니다.

 창 앞에 다래넝쿨이 우거지고 다래 열매가 조롱조롱 맺힐 날을 상상하며 꼭꼭 다져심고 물을 주었어요.^^

 오색버들은 정원수로 각광받는다는데, 심을 공간을 아직 만들지 못해서 우선 화분에 심었습니다.

그리고 반가운 씨앗도 도착했어요. 이 씨앗들은 저에게 순수하게 보낸 무료나눔입니다.

순양농원의 나무사랑님이 보내준 동아씨앗과 단호박, 오이, 오크라.

동아를 잘 키워서 동아 열매를 나물로도 먹고, 장아찌 꼭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평생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오크라는 피클을 만든다고 해요. 신품종 특수작물입니다.

단호박, 오이씨앗을 보내준 나무사랑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나를 찾아가는 여행' 가우정님이 보내주신 토종 찰옥수수 씨앗입니다. 가우정님, 고맙습니다.

 

몇 년전 친정어머니에게 찰옥수수 씨앗을 얻어 심었는데, 다른 옥수수와 섞이어버려 자주색과 흰색, 즉 얼룩덜룩한 옥수수가 되어버렸어요. 속으로 참 안타까워했는데, 가우정님이 순수 무료나눔하여서 보내주었던 것입니다.

 

 

제 화단을 들여다보면 해마다 식물을 보내준 무명님, 샤르님, 함박님, 두빛님, 보라님, 똥구리님, 아차, 빠질 뻔했습니다. 예쁜 여우님, 황금돼지우리의 기초리님, 산들바람의 촌서기님,  그 밖의 많은 분들이 생각납니다. 이 모든 것의 인연을 맺게 해준 것은 바로 인터넷입니다. 많은 식물과 씨앗들 보내주신 것 잘 키우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인터넷 세상, 현실의 정원처럼 인터넷 정원도 아름답게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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