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마당에 심겨진 느릅나뭇잎 새순이 알맞게 부풀어 올랐습니다. 東에게 여리디 여린 잎을 훑어 달라고 했습니다. 사다리를 나무 곁에 세우고 올라가며 한 마디 합니다.
"이렇게 어린 것을 훑어라고 하니 훑어준다마는... 쯧쯧!"
"히~ 뭐, 그래도 이때 안훑으면 못먹잖우? 일 년에 한 번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 때맞춰 잘 챙겨줘야 나무도 더 잘자란다우."
어린잎을 훑으라고 한 나 자신이 부끄러워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훑어준 느릅나뭇잎을 깨끗이 씻어 소쿠리에 담아 물기를 뺍니다.
쌀을 씻어 밥솥에 안친 후, 느릅나뭇잎을 쌀 위에 올리고 취사를 누릅니다.
느릅나뭇잎 밥이 다 되면 주걱으로 잘 섞어줍니다.
저희 집 마당에 느릅나무가 있기에 느릅나무 효능에 관한 공부를 하다 보니 새싹이 날 때 그 잎으로 밥을 지어먹었다는 옛날 어른들의 말을 듣고 시도한 지 사 년째입니다. 양념장에 비벼 먹거나 된장찌개랑 먹으면 밥맛이 좋습니다. 일 년에 한두 번 맛볼 수 있는 별미입니다.
오늘은 느릅나뭇잎으로 지은 밥과 자연산 야채로 김밥말이를 해보았습니다.
들어간 재료들 - 자연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채취했습니다.
▶ 앞마당에서 키우는 나무
1. 느릅나무 새순
2. 엄나무 새순
▶ 뒷마당에서 키우는 야채
1. 참나물
2. 곰취
3. 우엉잎(토종)
4. 시금치
▶ 뒷동산에서 키우는 나무
1. 두릅나무 새순
▶ 뒷동산에서 키우는 산나물
1. 잔대 새순
▶ 구입한 것
1. 계란 2개
2. 김 열 장
3, 불고기용 소고기
4. 어묵
5. 김밥용 소시지
다음 주 수요일, 논문 발표가 있다고 작은 녀석은 집에 오지 않았어요. 기숙사에 가서 먹어라고 도시락 싸서 큰 녀석 손에 쥐어 보냈습니다. 보내고 나니 또 마음이 허전해졌습니다. 마당에 앉아서 이리 불쑥 저리 불쑥 자라는 제비꽃을 쥐어뜯었습니다.
제비꽃이 두 종류입니다.
東과 함께 저녁 먹자고 차린 식탁이 식탁인지, 꽃밭인지.....^^
허전한 마음을 공연히 죄 없는 꽃에게 하소연하였습니다.
김밥 위에 제비꽃 놓지마라는 것을
"뭐 어때, 이쁜 꽃밭에 앉아서 먹는 것 같지 않아요?"
하며 기어코 얹어주었더니...
어깃장 놓느라고?
東이 '김밥 맛있다.' 소리는 않고, 김밥과 함께 먹던 알타리 '총각무 김치가 너무 맛있다.'라고 하는군요.
'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 > 자급 자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급자족 무공해 식품 - 8. 곰취와 곤달비 (0) | 2012.05.07 |
---|---|
자급자족 무공해 식품 - 7. 아스파라거스 새순과 강된장찌개 (0) | 2012.05.01 |
자급자족 무공해 식품 - 5. 야쿠르트 야생화 샐러드 (0) | 2012.04.23 |
자급자족 무공해 식품 - 4. 진달래꽃차 (3) | 2012.04.22 |
자급자족 무공해 식품 - 3. 야쿠르트 야채 샐러드 (0) | 2012.04.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