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찾아온 겨울, 눈도 자주 내린다. 흰눈이 녹을만하면 또 내리니 꽁꽁 얼어붙은 산야를 헤매며 먹이를 찾아다니는 새들이 불쌍하다. 장날, 강정 만드는 집에서 쌀튀밥 부스러기를 큰봉지에 한 가득 담아왔다.
한 달째 새 모이로 유용하게 잘 주고 있다.
식당방에서 데크를 바라보면 새가 날아드는 것이 정통으로 보인다.
새 먹이 놓아둔 탁자에 새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매일 먹이를 먹으러 오면서도 주변 살피기는 필수적이다.
적이 나타날까봐 이리 두리번 저리 두리번
먹이통에 들어가서 정신없이 쪼아먹는다.
대 여섯 마리가 하루 종일 들락날락하며 날아들어도 새먹이는 줄어들지 않는다.
먹어봤자 새발의 피 정도 밖에 되지 않네?^^
먹이통에 앉아서 먹이 염탐을 하는 이름 모를 새, 그런데 요즘 새들이 잘 날아들지 않는다. 겁 많은 새들이 더욱 겁을 내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고양이 때문이다.
밤낮으로 연일 영하 십 몇도로 내려가서 몸서리치게 추웠던 지난 해 12월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찾아온 길고양이, 그때부터 매일 밥을 현관 앞에 챙겨 주었다.
얼굴이 지저분하게 생긴 암고양이다. 도망도 가지 않고 박스에 앉아서 빤히 쳐다보다니... 꽉 붙잡고 목욕시켜주고 싶은 마음 굴뚝 같다.
온천지가 흰눈인데 길고양이가 추울까봐 스티로폼 박스를 갖다 놓았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들락날락하더니 그만 우리 집 현관 앞에 죽치고 앉아버렸다. 혼자 살림 차렸다.
고양이가 우리 집에서 슬며시 산 지 한 달 쯤 지났을까?
외출해서 돌아오니 고양이가 안하던 짓을 하였다. 마당 한 켠에서 우리 부부 앞으로 폴짝 폴짝 뛰어달려오더니 우리보다 먼저 현관 위로 폴짝폴짝 뛰어올라갔다. 우리가 현관문을 열 동안 다시 현관 아래로 뛰어내려갔다 왔다.
놀랍게도 새 한 마리 물고 와서 우리 부부 앞에 갖다 놓는다.
깜짝 놀라서 빗자루로 그 새를 쓸어서 마당으로 던져버렸다. 다시 물고 와서 발 앞에 가져다 놓았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면 보은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먹이를 준 댓가로 쥐나 새를 잡아서 갖다 준다는 것이다. 말로만 들었던 길고양이의 보은, 이게 바로 그런 것이구나.
"냐옹아, 너가 힘들게 잡았을텐데 너 먹어."
고양이는 정말 사람말을 알아듣나보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새 머리부터 먹어치운다. 그 모습이 너무 잔인하여 눈을 질끈 감았다 뜨니 순식간에 새 한 마리 고양이 뱃속으로 들어가버리고 새털만이 저렇게 뒹굴고 있다.
새를 잡자마자 먹고 싶었을텐데, 우리 부부가 올 때까지 소나무 아래 눈 사이에 숨겨놓았다가 가져다 줄 생각을 다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사의한 일이다.
우리 집 길고양이의 이름은 그냥 "냐옹"이다.
밥 갖다 줄 적마다
"냐옹아 밥 먹어,"
하면 꼭 대답을 하고 먹는다.
"냐옹."
어쩌나? 길고양이에게 정 주면 안되는데...
봄 되면 우리집 정원의 새싹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릴텐데...
봄철이면 잘 가꾸어놓은 화단에 무단 침입하여 배설을 하고나서 뒷발로 화단 흙을 파서 덮는 습성으로 인해 해마다 새싹들이 수난을 많이 당한다. 고양이가 화단에 들어가지 않게끔 이런 저런 방법을 찾다가 이렇게 나무막대기를 꽂아보았다. 아주 성공적이었다. 고양이는 화단에 식물들이 어느 정도 자라버리면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다.
올해는 현관앞 화단에까지 이렇게 막대기를 꽂아야겠지?
우리 집으로 모이를 먹으러 날아드는 새들은 부디 길고양이에게 잡히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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