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째 데크 점령한 길고양이 때문에 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맞이 대청소를 자꾸만 미루고 있습니다.
'아이구, 더러워, 더러워.'
데크도 더럽고 고양이도 더럽고...
마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다가 데크 청소 먼저 한 것이 아닌 길고양이를 번쩍 안아서 목욕을 시켜 주었습니다. 난생 처음 고양이 목욕이라니...
고무장갑 끼고 고양이를 안고 목욕탕에 데리고 갔습니다. 고양이에게 따뜻한 물을 끼얹어 목욕을 시키면서 저 자신 너무 쫄았습니다. 그 바람에 비누칠을 해주긴 했지만, 겁이 나서 제대로 벅벅 문지르지도 못하고 서둘러 물만 댓 바가지 끼얹어서 끝냈습니다. 물론 저 못지않게 고양이도 쫄았겠지요? 저도 난생처음 목욕이란 걸 하게 되었으니... 목욕 끝내고 드라이기로 말려 주었습니다. 의외로 고양이가 발톱 세우지 않았어요.
'으, 이런 게 목욕인가?'하듯 기분 좋은 듯한 냥이, 검으티티하던 털색이 조금은 뽀애졌습니다.
앞 다리 벋고 느긋하게 폼 잡은 냥이.
데크에 그냥 배 깔고 드러누었습니다.
더러운 맨 바닥에서 늘어지게 드러누워 뒹굴더니
지난 겨우내 깔고 앉았던 고양이 방석(?)으로 가서 자리 잡습니다. 거금 만원짜리 고양이 과자, 두 봉지째 구입했습니다.
스티로폼 통 뚜껑에 고양이 몸이 꽉찼습니다.
이렇게도 드러눕고
저렇게도 드러눕느라 뒤척이더니 낮잠이 들었습니다.
스티로폼 통에 꼭 들어맞는 고양이 방석(?)
난생 처음 한 목욕이 잠을 쏟아지게 만들었나 봅니다.
스티로폼 뚜껑이 작거나 말거나 단잠에 푹 빠진 길고양이
가장자리를 베개 삼아 베고 누운 고양이 표정이 너무도 편안합니다.
좀 더 큰 스티로폼 통 뚜껑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넉넉한 통에 들어가서도 가장자리를 베고 누워 자는군요.
따뜻한 봄 햇살이 고양이에겐 더운가 봅니다. 통에서 나와 다육이 놓았던 선반을 침대 삼고 문틀을 베개 삼아 맘 놓고 드러누워 오수를 즐기는 중입니다.
먹이 주지, 잠 자는 집 만들어 주지, 방석도 있지, 게다가 목욕까지 시켜 주었더니 사람만 보면 도망가던 습성은 다 어디로 가고 그만 사람 손길에 길들여져 버렸습니다.
고양이 배가 뽕뽕합니다.
아무래도 새끼를 가진 것 같습니다.
이리뒹굴 저리뒹굴 불편한 자리에서 편하게 잘도 자는 길고양이.
"냥아."
하고 부르면 이제 쫄랑쫄랑 따라다니며 재롱도 부릴 줄 압니다.
'에구구.'
이제 정식 이름을 지어주고 식구로 맞아들여야겠습니다.
만약 새끼를 낳는다면 냥1, 냥2, 냥3?, 이름도 지어주어야겠지요?
예쁜 이름 지어주려니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군요.
하여튼 하루종일 뒹굴거리는 고양이, 목욕시켜주나마나였지만 고양이 입장에선 세상에서 가장 시원했나봅니다. 고양이의 평화로운 모습 보세요.
스티로폼 집속에서 낮잠자기
저 평화로운 모습이라니...
다시 바깥에 나와 잠자기
앞발로 얼굴을 가리고 자기
앞발을 들어 햇살 가리고 자기
고양이가 저리 편하게 자다니... 제 마음이 다 편안해집니다.^^
아구, 저 귀엽게 잠자는 모습이라니...^^
길고양이와 친구할 줄 저도 진짜 짐작도 못했습니다. 고양이는 절대 사람을 주인으로 섬기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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