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마음 탐사 mind exploration/가족 사랑

삶과 죽음, 하늘나라 가신 엄마를 추억하며

by Asparagus 2015. 9. 20.
반응형

어제 둘째딸 결혼식을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평생을 고고히 살아가시는 시어머니 손을 꼭잡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둘째딸 보내며 직장 생활하며 어렵게 어렵게 심청이 젖동냥 하듯 키웠던, 그 한 많던 세월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저도 모르게 살짝 흐느끼기도 했습니다. 

인생에 있어 삶과 죽음은 언제나 공존하니, 항상 죽음을 준비하며 사셨던 친정 엄마가 더욱 그리워진 날입니다. 


둘째딸 결혼하는 모습을 보면서 친정 엄마가 너무도 보고 싶었습니다.

지난 겨울에 떠나신 그리운 친정 엄마를 추억하며...

같은 여자로서 너무도 존경하는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한번 떠나면 다시 못 올 먼 여행을 떠나신 우리 엄마.


왜 여기 누워 계시는지요?

2015년 양력 2월 22일. 음력 1월 초나흗날 아침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병원에 엄마를 모셔놓고 작은 오빠와 집으로 가서 수의 상자를 들고 왔습니다. 

영안실에서 몇 십년간 손수 지어 보관해 놓으셨던 네모 상자를 조심스레 펼쳤습니다. 상자 속에 차곡차곡 담겨있던 수의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상자 속 제일 위에 놓여 있는 것은 버선이었습니다. 

버선 열 두 켤레, 이 버선의 주인공들은 누구인지... 평소 엄마에게 단 한번도 여쭈어보지 못한 것이 한이 됩니다. 한 켤레씩 짝지어진 두 켤레가 서로 마주보게 놓여 있었습니다. 

일가친척분들도 그 의미를 모르시더군요. 

미루어 짐작컨대 아마도 저승사자 열 두 분에게 드리는 선물이라고 하더군요.

이런 모습으로 마주보게해서 수의 상자 속에 나란히 들어 있었습니다.

요와 이불입니다.(요담금침)

악수

속저고리

베게

버선

오낭

목수건

두루마기

저고리


저고리 아래에는 염매, 염포입니다.

속저고리

치마

속바지, 속치마, 치마





큰 오빠 결혼식때 입으셨던 그 한복으로 작은 언니, 작은 오빠, 제 결혼식때까지 입고나서 하늘 나라 입고 떠나실 옷을 만드신 것입니다.


겉옷을 제외하고 엄마가 손수 한 땀 한 땀 바느질한 수의는 제가 열 아홉 살때 지어놓으신 것입니다. 그때부터 장농 위에 얹혀져 있었던 그 상자를 수 십년 지난 이제서야 풀어보며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몇 십년전 엄마와 나눈 대화가 엊그제인냥 생생합니다.


"엄마, 이거 무신 상자고?"

"이거 내 죽으면 입고 갈 옷이다."

"와 이래 벌써부터 이런 준비를 다 해놓고 그라노?"

"윤달 들었을 때 수의 해놓으면 좋다고 하대. 그래서 해놓았다. 한번 볼래?"

"아이고, 엄마, 무서워, 생각만 해도 너무 무섭다, 엄마 오래 오래 살아, 죽지마."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손수 지은 고운 옷을 입고 엄마는 떠나셨습니다.

아버지 곁 오른쪽에 엄마가 누우셨습니다. 그리고 합봉을 했습니다.

31년전 돌아가신 아버지 곁으로 가신 엄마

소나무들이 에워싸고 있어 아늑하게 느껴집니다.



참 이상하지요? 문중에서 어떻게 아버지와 합봉하라고 엄마 모실 자리를 정말 너무도 쉽게 마련해 주셨어요.

그 덕분에 엄마가 그리도 자랑하시던 7대조 할아버지 곁에 모셨어요. 큰아버지, 큰엄마, 작은 아버지, 작은 엄마가 질투하시진 않으시겠지요? 사리재 문중산에 부부 나란히 합봉하신 분은 우리 부모님이 유일합니다. 

상두꾼들이 막대기를 짚고 무덤 주변의 땅을 밟으며 읇던 "달구야" 소리가 귀에 쟁쟁합니다.

일천 구백 십 구년 음력 삼월 스무 하룻날 태어나신 친정 엄마는 이렇게 이천 십오년 음력 정월 초나흘날 가셨습니다. 양력으론 2월 22일. 겨울 끝자락이었지만 거짓말처럼 사흘 내내 조금도 춥지 않은 봄날 같은 날씨였습니다. 


식구들과 일가친척들이 전부 다 하산할 때 저 혼자 다시 슬며시 아빠, 엄마가 모셔진 산소에 되돌아왔습니다. 

소나무 사이 따뜻한 햇살이 내려 앉는 산소를 다시 둘러보았습니다.


------------------------

친정 엄마가 손수 지으신 수의를 펼쳐보며 그때 받은 그 충격과 놀라움, 그리고 같은 여자로서 

'나도 저렇게 친정 엄마처럼 수의를 손수 지을 수 있을까?'

하는 반문을 해봅니다. 


친정 엄마가 손수 마련해 둔 영정 사진

친정 어머니와 동백나무|가족 사랑2009.10.10 16:44

"너는 아이들 가르친다고 얼마나 피곤했겠노? 너거 가고 나면 내가 천천히 설겆이 하면 된다." 저녁을 다 먹고나서 어머니는 장롱 문을 여시더니 사진을 꺼내 보여 주셨다. "이거 내 죽으면 영정 사진으로 쓰라고 3만원 주고 찍은...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