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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고운 마음

여름 배와 유정란

by Asparagus 2015.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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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 방문, 왜 그리 발걸음 하기가 쉽지 않은지... 오랜만에 시이모님댁을 방문했습니다. 시이모님과 시이모부님이 돌아가셨고, 시이종사촌 아주버님도 아직은 젊으신데 그만 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식장에서 형님을 만나고 삼년만에 다시 만난 형님은 우리 내외를 너무도 반겨주셨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다 문득 과수원에 가보자고 해서 따라나섰습니다.

과수 바구니에 여름에 먹는 배라며 마구마구 따고 계십니다.


"형님, 그만 따세요." 

"그래, 그만 딸게."

배 쥔 손 흔들며 환히 웃어주시는 형님이 너무도 밝아서 참 좋습니다.

가득 담아주신 여름배

배 봉지 벗기니 이렇게 때깔 좋은 배가... 연한 배라더니 입안에서 살살 녹더군요.

형님과 추억 한 컷

광에 뛰어 가시더니 형님이 직접 만드셨다는 현미식초도 두 병 주셨습니다. 현미 식초 선물 받을 때만 해도 반찬 만들어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몇 시간 뒤 이 식초가 아주 멋진 약 재료로 사용하게 될 줄은 저 자신도 몰랐습니다.

자고 가라는 손을 뿌리치고 형님집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큰시고모님댁에도 잠시 들렀습니다. 밭에서 일하시다말고 뛰어오셨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고 집으로 가려 일어서니 모아놓은 유정란 계란을 한바구니 가지고 오셔서 상자에 담아주셨습니다.

귀엽게 생긴 햇계란입니다. 크리넥스를 깔고 계란 담고 해서 담아주신 계란, 하나도 부서진 것 없었습니다.

계란 포장지에 옮겨 담아 냉장고에 넣다가 문득 생각났습니다.

'유정란 있으면 현미 식초 구해서 초란을 한번 만들어 보아야지.'

했던...

계란을 뽀송뽀송 소리나도록 씻은 후 행주에 올려놓고 물기를 말렸습니다. 유리꿀병도 열탕소독 처리하여 말려놓은 후,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유리병에 계란을 넣고 현미식초를 들이부었습니다.

맨먼저 식초를 꿀 유리병에 조금 부어 병 소독을 두 어번 해 준 다음 달걀을 여덟 개 넣고 현미 식초 1리터를 부었습니다.

계란이 식초를 만나자마자 기포가 발생합니다.

계란껍질의 칼슘 성분이 식초에 반응하여 떨어져 나오는 모습입니다. 마개를 닫고 어두운 곳에 열흘 정도 두었다 꺼내어 젓가락으로 계란 막을 꺼집어내고 휘저어 주면 초란이 완성됩니다.


완성된 초란을 냉장 보관하고 3개월 정도 숙성시키면 먹기에 덜 거북한 초란이 됩니다. 복용법은 소줏잔으로 한 컵을 생수에 꿀 한 스푼을 넣은 후 마구 흔들어 마셔주면 되어요. 주의 사항은 식초가 자극성인만큼 꼭 식후에 마셔 주어야 합니다.


친척들의 깊은 정이 얼마나 따뜻한지 실감하는 나이(제 속에 그런 나이도 있군요.)가 되어가고 있나 봅니다. 나이 들어가는 것에 맘 속으로 스트레스 받을 때가 많았는데 이젠 당당히 그 나이와 맞서야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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