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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녹색 장원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울금꽃계단

by Asparagus 2015.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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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동산 텃밭에 심어놓은 울금, 올해는 울금꽃이 많이도 핍니다. 꽃대를 만날 적마다 잘라서 유리컵에 담아 며칠 감상하다가 썰어서 말려 두었습니다. 긴긴 겨울밤 울금꽃차 한 잔 마시면 몸도 마음도 따뜻해져서 좋더군요. 그동안 울금이 또 꽃대를 쑥쑥 키워 놓았습니다. 고개 쑥 내밀며 자라는 꽃대를 열 송이나 잘랐습니다.


이걸로 또 꽃장식? 이렇게 큰 꽃송이를 어떻게 꽂아서 배치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내가 나에게 꽃 선물을 하기로 했습니다.

울금 고랑 곁에 키우는 꽃개미취도 한아름 꺾었습니다.

울금꽃과 꽃개미취가 반겨주는 계단

울금꽃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꽃감상을 해봅니다.

누가 나에게 이런 꽃계단을 만들어 주겠어요? 제 손으로 직접 꽃계단을 만들어 호사를 누려봅니다. 꽃감상도 하고 실내 운동도 할겸 한 스무번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면 다리 근육까지 튼튼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계단 난간에 걸어놓은 족자 내용

成家之道 曰儉與勤 (성가지도 왈검여근) 한 집안을 성공시키는 길은 오로지 검소하고 부지런함에 있다고 할 것이다. 한 집안의 성공은 검소하고 부지런함에 있으니 이는 재물뿐 아니라 시간이나 학문에 있어서도 같은 이치이다.


(계단을 이렇게 장식도 한 적 있어요)

텃밭 가을 걷이 대박나다 2|텃밭 식물2010.10.25 21:44

마세요? 호박이 그야말로 넝쿨째 집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시퍼러딩딩한 호박, 어디에 쓸까요? 일단 노란 색으로 변할 때까지 집안에서 한 자리에 가만 두면 되지 않을까요?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못생긴 호박을 전시했습니다. 




저에겐 땅 주인은 있되 땅 주인이 외면해서 버려둔 땅을 개간해 만든 조그마한 텃밭이 있습니다. 한 바퀴 돌고 나니 제 손에는 반질반질 윤이 나는 애호박 일곱 덩이, 울타리콩 한 바가지. 파프리카 열 개, 풋고추 한 바가지, 가지 다섯 개, 박 하나와 울금꽃대 열 개, 꽃개미취 한 아름, 그리고 열매가 어여쁜 노박덩굴까지... 


"그런 것 애써 심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지 않나? 왜 자꾸 일거리를 만드려고 하나?"

어느 날 남편이 텃밭에서 수확한 작물을 들고 오는 저를 보자마자 한 말입니다. 

"그러게요. 이런 것 심지 않고 사먹으면 될 걸, 난 왜 자꾸만 무엇이든 심고 싶지? 이런 짓 안하려면 왜 시골에 집을 샀지요? 그럼 이 집을 얼른 팔아버리자. 나도 이런 하찮은 일에서 해방되게...  "


친정 엄마로부터 내가 일부러 배우려 하지 않았는데도 내 삶을 되돌아보니 근면, 근검, 검소 등 이런 단어가 내 몸에, 내 손에도 절로 따라 붙어 있었더이다. 결혼하고 20만원 단간방에서 살았던 그때를 결코 잊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은 꽃계단을 오르내리며 지난 날의 추억을 되새김합니다. 

이십대 시절엔 마음 속으로 늘 이런 상상을 했습니다.

'먼 훗날 넓은 정원을 가진 잔디 마당에 하얀 철제 식탁이랑 의자 놓아야지, 식탁 위엔 잘 닦은 붉은 홍옥 사과 한 광주리 놓고, 내 좋아하는 책 마음껏 읽어야지.'


세월이 흐르고 흘러 제가 소원하던 그 물질적인 꿈은 다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왜 날이 갈수록 마음은 왜 자꾸만 허한지...

이런 나에게 내가 장식한 울금꽃계단이 얼마나 절 위로해주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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