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날, 정원에 한 그루 심어 놓은 포도나무에서 무려 50여 송이 수확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웃과 몇 송이씩 나눠 먹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포도 양이 많았습니다.
문득
'직접 기른 포도로 포도주를 담그면?'
하는 생각이 나대요.
즉시 실천에 옮겼습니다.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 한 후, 한 알 한 알 떼어서 손으로 으깨어 조그마한 항아리에 담았습니다.
포도알 5킬로 그램, 설탕 500g을 손으로 휘휘 저어 주물럭해서 잘 섞어주고 항아리를 비닐봉지로 덮은 후 고무줄로 동여매어 주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 : 포도주 담을 항아리를 100°C 끓인 물로 몇 번 튀겨내어서 말립니다. 손도 끓인 물을 식힌 후 잘 씻어 소독해 줍니다.
두 번째 주의할 점 : 냉장고 문에 '발효가 끝날 때까지 매일 아침, 저녁 포도주 저어주기'를 쓴 쪽지를 써서 붙여주고 실천하기입니다. (이거 잊어버리면 어느 날 포도가 폭발하여 집안 천정부터 벽 곳곳이 피로 물들어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납니다.)
예전 친정어머니가 포도주를 담으면 그날 저녁부터 포도주를 떠달라고 해서 마시던 친정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저도 담은 그날부터 포도주를 저을 때마다 반 컵씩 떠서 맛보았어요.
'세상에...'
감탄이 절로 흘러나오더군요.
술맛이 아닌 완전 100% 포도즙 맛이니 얼마나 달달하고 맛이 좋은지..
매일매일 나무 숟가락으로 포도주를 저어주며 반 컵씩 마시며 맛을 보다 보니 어느 틈에 단맛은 어디로 가고(약 열흘 후부터) 포도즙에서 쓴맛이 약간씩 느껴지는 겁니다.
'이거 실패가 아닌지?'
걱정되기도 했습니다만, 쓴맛 잡히는 것이 술로 익어간다는 증거라기에 안심했습니다.
쓴맛이 느껴지는 순간부터 포도 항아리는 더 이상 발효하지 않더군요.
그런데요. 전 정말 술 못 마셔요. 소주잔으로 소주를 반잔만 마셔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가슴이 화끈거려서 술은 기피 음식 중 하나입니다. 그런 제가 이번에 포도주를 담으면서 포도 효능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담는 첫날부터 약 열흘 동안은 달달한 그 맛에 반해 반 컵에서 한 컵씩 마시고 잠을 잤는데, 나도 모르게 숙면을 취하게 되었고요. 매일 아침 눈 뜨면 제일 먼저 화장실로 향하게 되더군요. 무엇보다 배변 활동이 원활함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이때까진 포도주가 아닌 포도즙 효과일 것 같습니다.)
포도주 담근 지 한 달이 지날 무렵부터 쓴맛이 사라지고 진짜 포도주 맛이 났습니다.
시중 판매하는 고급 와인을 능가하는 풍미와 맛이라고 자화자찬했습니다만 매일 저녁마다 한잔씩 마신 결과는 조그마한 포도주 항아리를 동나게 했습니다.
술 못 마시는 제가 친정 올케 언니에게 이렇게 직접 담근 포도주를 예찬했더니 마침 올케네 친정집 가을 포도 따는 시기에 꼭 맞췄다며 무려 네 박스나 보내 주셨습니다.
그래서 졸지에 두 번째 포도주를 담게 되었습니다.
2015년 10월 16일날 머루 포도 13kg을 으깨어 담았습니다. 설탕은 1,3kg을 넣었습니다.
매일 아침 저녁, 나무젓가락으로 저어 주어야 발효되며 넘치지 않습니다.
약 열흘 정도 지나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거품이 나는 발효가 그칩니다.
그때 일차로 거름하여 포도주 껍질과 씨앗을 분리해 줍니다. 그때부턴 뚜껑을 열지 않고 그대로 둡니다.
2015년 11월 19일, 드디어 이차 걸렀습니다.
만든 지 한 달 된 포도주입니다. 금방 걸러내어 탁도가 높습니다.
제대로 붉은 와인이 되었어요.
이제 온도가 연중 15도 정도 되는 지하에 두고 몇 달 숙성시키면 맛과 풍미가 깊은 수제 포도주가 탄생될 것 같아요.
포도주 효능
1.포도주는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혈액을 정화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콜레스테롤을 낮춰주어 동맥경화에 좋다고 합니다.
2. 포도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노화를 방지하고, 각질 제거에도 효과가 있으며 피부의 기미와 여드름을 제거해 주는 효능이 있답니다. 꿀과 포도주, 밀가루를 1 : 1:1 정도로 섞어 팩 재료로 사용하면 좋다고 합니다.
3. 적당한 포도주는 소화를 도와준다고 합니다.
4. 포도는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는 비타민C, D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골다공증 개선에 좋다고 합니다.
포도주를 알면 세계가 보인다
서구 사람들은 포도주를 ‘신의 선물’로 여겨서 그들에게 포도주는 술이 아닌 문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포도주에 대한 기초 지식은 ‘술’에 대한 지식이라기보다 서양 문화에 대한 기초 지식이자 그들이 이루어놓은 세계 질서를 이해하고 이용하는 기본 지식이라고 할 수 있죠.
포도주는 원래 그리스인들이 마셨다고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인류에게 알려졌다고 봐야 합니다. 1만 년도 넘는 옛날에 무슨 과학 지식이 있어서 포도주를 담가 먹었겠습니까? 익어서 떨어진 포도나 과일이 시간이 지나면서 발효되어 알코올이 되고, 이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 인간이 술을 마시게 된 계기입니다.
그 뒤로 포도로 술을 만드는 법을 알게 되었고, 포도주를 담그기 위해 포도를 대대적으로 심은 것이 포도 농사의 출발이지요.
로마가 질투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프랑스 포도주
포도와 포도주는 로마의 정복과 함께 제국의 영토 곳곳으로 번졌습니다. 특히 날씨가 덥고 태양이 이글대는 기후에서는 적포도가, 서늘하고 습한 곳에서는 청포도가 잘 자라기 때문에 지중해 중심으로는 적포도주가, 유럽 대륙 내륙 쪽에서는 백포도주가 많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의 포도주는 기름진 땅과 뛰어난 기후 조건 덕분에, 만드는 법과 포도 재배법을 가르쳐준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미 로마 제국 시대에도 프랑스 지방의 포도주가 너무 훌륭하여 이탈리아산 포도주가 경쟁에서 밀릴 것을 염려하여 로마 황제가 AD 92년에 금지한 적도 있었고, 200년이 지난 3세기에야 프랑스에 포도 재배가 다시 허용되기도 했습니다.
포도주의 주도(酒道), 최고의 상태에서 맛, 색, 향을 즐기는 것
주도(酒道)란 말 들어봤죠? 술을 올바르게, 예의 있게 즐기는 방법입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동양에서의 ‘주도’란 술 마시는 태도와 예의를 말하지요. 이에 비해 서양의 주도는 전혀 달라서 ‘술’ 그 자체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바로 주도이고, 특히 포도주의 경우, 그 주도는 상당히 엄격합니다. 엄격한 이유는 마시는 사람들 사이의 예의 문제라기보다 ‘신의 선물’이라는 고귀한 포도주를 최고의 상태에서 최대로 즐기기 위한 것입니다. 무엇을 최고로, 최대로 즐길까요? 바로 포도주의 맛, 색, 향입니다.
포도주 종류에 따라 마시는 ‘잔’이 다르다!
우선 포도주마다 마시는 잔이 다르고 같은 적포도주라도 생산된 지역에 따라 잔이 다릅니다. 서로 다른 독특한 향기가 잔의 모양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포도주는 서늘한 지하 창고에 보관해 일정 온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보관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사항은 적포도주는 반드시 눕혀서 보관해야 한다는 점! 포도주는 공기와 닿으면 곧 산화되고, 시간이 지나면 식초가 되어버립니다. 포도주병마개로 코르크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코르크가 극소량의 공기만을 받아들여 시간이 지날수록 포도주의 맛과 향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기 때문이지요. 코르크 마개가 이런 기능을 하도록 항상 ‘젖은’ 채로 있어야 하므로, 포도주병을 눕혀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포도주병을 세워두면 코르크 마개 안쪽에 습기가 완전히 차단되어 시간이 갈수록 코르크 마개는 마를 대로 말라 안쪽이 미세하게 갈라지기 시작해 결국엔 부스러져버립니다. 그 틈으로 새어 들어간 공기 속의 산소가 포도주를 서서히 산화시켜, 포도주가 시큼털털한 식초가 되어버리죠.
포도주 시음, 제대로 하는 방법!
자, 이제 마실 순서가 되었겠죠? 그러나 그전에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절대로 손에 의해 포도주 병이나 잔의 온도가 변하면 안 됩니다. 맛과 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포도주 병을 수건에 싸거나 바구니에 담아 손이 직접 닿지 않게 따라야 하고, 포도주 잔도 잔 허리를 잡아 손의 온도가 포도주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포도주를 주문하면 테스트 기회를 주는데, 먼저 주문한 포도주가 맞는지 확인을 하고 잔에 소량을 따라줍니다. 테스트하는 방법은 포도주가 밖으로 튀지 않도록 잔을 몇 번 돌리듯 흔들고, 불빛에 비추어 포도주의 색을 살펴본 뒤, 코를 잔에 대고 향기를 감정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모금을 마시되 삼키지 말고, 양치질하듯 포도주를 입속 전체로 퍼지게 해 혀의 모든 부분에 닿도록 하고, 신맛, 단맛, 쓴맛을 느끼는 정도로 그 포도주의 맛과 향을 음미합니다.
포도주를 담근 지 얼마 안 돼 떫은맛이 강할 때, 디캔팅 과정을 거치면 더욱 맛있는 포도주를 맛볼 수 있다. 디캔팅은 주둥이가 좁은 ‘카라페’라는 유리병에 옮겨 담는 과정을 말한다. 좁은 주둥이와 넓은 카라페 속 공간 때문에 포도주의 향기가 새어나가지 않고 고스란히 담겨 포도주 본연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카라페에 옮겨 담을 때는 가급적 필터를 사용하고, 보이지 않는 포도주 속의 불순물이나 코르크 뚜껑 찌꺼기 등을 말끔히 걸러내야 한다.
세계화 시대, 포도주 문화는 필수 상식
포도주에도 남녀 차별이 있어서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여성이 포도주를 마시는 것을 엄하게 금지했습니다. 외출했던 남편이 아내에게 입을 맞추었던 이유가 포도주를 마셨나 확인하기 위함이었다는 말도 있어요. 여성들에게 포도주가 허용된 것은 불과 200여 년 전입니다. 포도주가 이처럼 문화 그 자체로 숭상되는 서양, 특히 프랑스는 어떤 포도주를 대접받았느냐에 따라 정중함의 정도가 판단됩니다. 이처럼 포도주에 대해 깊게 설명하는 이유는 햄버거, 피자가 일상화되어 있는 실용 위주의 미국에서도 날로 포도주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가고 있으며 고급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글로벌화된 오늘날, 세계인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우리에게도 포도주 문화는 필수적인 상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자료제공: 김영사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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