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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서리가 늦게 내렸습니다.
어제까지 꼿꼿이 서 있던 고추들이 하룻밤새 푹 삶겨진 듯 고개 숙였고, 단풍나무 잎은 퍼머를 한듯 오그라들었습니다.
지난 해는 화분을 미처 들여놓지 못해 보내버린 종류들이 많았습니다.
올해는 영하로 떨어지기 전에 화분을 집안으로 들여 놓았습니다. (11월 7일 목)
다행히 가을걷이 거의 다 끝낼때까지도 서리가 내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바위솔(와송)꽃
난향님 덕분에 제라늄 꽃계단을 만들었습니다.^^
거실 사방으로 화분을 놓았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꽃계단을 오르내리며 살고 말리라는 꿈을 키웠습니다.
17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를 보고나서 대궐 같은 큰집에 꼭 살 것이라는 꿈을 꾸었습니다.
세월 흘러 흘러 그 소원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원도한도 없이 키우고 싶은 식물들 손수 만지며 키웁니다.
꽃계단 오르내리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요.
왜 사람들은 화분이 많니 어쩌니...
물론 나를 위해 그렇게 말해 주는 것 알겠지만요.
그런 말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때가 되면, 감당할 수 없는 그때가 되면 저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할 거니까요.
밤 늦도록 화분을 집안에 들이고 나서 말 못하는 화초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너희들, 내가 건강하지 않으면 너희들도 살아갈 수 없어. 그러니 너희들이 어여쁘게 잘 살아가려면 주인인 나에게 좋은 기를 많이 불어넣어 줘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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