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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탐사 culinary exploration/요리 시간

쥐눈이콩으로 메주 쑤기, 만들기

by Asparagus 2022.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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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올케가 전화로 그저께 압력솥에 메주콩을 삶다가 죽을 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압력솥 뚜껑이 튀어 속에 든 내용물이 온 집안 벽과 천장에 달라붙어 밤새 청소했다나요. 그래도 남은 콩 한 되 반으로 메주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니? 해마다 친정에서 갖다 먹더니 어쩐 일로 된장 담을 생각을 다했어?"
"엄마가 못 담으시니 올케가 담은 것 갖다 먹기도 그렇고 해서 이제부터 내가 한번 담아보려고 시도했어."
"그럼 나도 메주 한 번 쒀 볼까? 농사지은 쥐눈이콩으로 메주 쑤면 된장이 맛있다대? 모르면 물어가며 해 볼게."

이렇게 해서 졸지에 계획도 없는 메주를 쑤게 되었습니다. 농사지은 쥐눈이콩 열 컵(밥할 때 사용하는 한 홉 컵으로 계량)을 깨끗이 씻었습니다.

여섯 시간 물에 불렸습니다.

약불에 삶기

두 시간 삼십 분을 삶고 나서, 삼십 분 동안 가스레인지에 붙어 서서 강불, 중불 조절해가며 콩물을 졸였습니다.

무려 세 시간 삶고 나니 물도 다 졸아들었고, 콩은 충분히 잘 물러졌습니다. 친정 올케가 말한 대로 손으로 콩알을 눌러보니 매끄럽게 잘 부서졌습니다. 불을 끄고 한 김 내보낸 후 콩을 으깨었습니다.

열심히 으깨는 중
메주가 꼭 네모 모양이라는 법칙은 없지요?

유리그릇에 콩을 넣고 주걱으로 꼭꼭 눌러 공기를 뺐습니다. 아침 아홉 시부터 콩을 물에 담구어 불리기, 삶기, 찧기, 틀에 넣어 메주 만들기를 하여 방에 널어놓고 나니 밤 열 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기껏 콩 한 되로 메주 만들었지만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화학비료 쓰지 않고 퇴비만 넣어 농약 한 번 치지 않은 텃밭에 심어 한 알 한 알 손수 거두어들인 소중한 쥐눈이콩으로 메주를 난생처음 만들어 보았습니다.

검은 빵 같지요?
햇살바라기 중

밤새 방에서 겉이 꾸덕꾸덕 마른 메주 덩이 두 개를 햇살 좋은 마당에 빨래걸이를 갖다 두고 그 위에 늘었습니다. 햇살 받아 겉면이 잘 마르면 짚으로 묶어 처마에 걸어놓으려고 합니다. 영하로 내려가면 집안으로 들여놓기를 반복하다 보면 이 해도 저물어 가고 새해 정월달이 오겠지요? 정월 첫 말날이 되면 된장 담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렙니다.

한 되 삶아 만들어 보니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보람 있어 선비콩 한 되를 더 씻어 물에 불렸습니다. 내 수준엔 하루 한 되씩 메주콩을 쑤면 딱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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