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0일 월요일 맑음
매달 0과 5일은 용인장날입니다. 양배추, 물미역 등등을 사려고 용인장에 갔습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인지 시장이 한산했습니다. 시장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이 왜 꽃이냐고요. 해마다 이젠 절대 더 이상 사지 않는다 해놓곤 또 나도 모르게 꽃집에서 꽃구경을 하는 자신을 누가 말리겠어요? 많고 많은 꽃들 중 제라늄 화분 한 개, 히아신스 한 개, 아제리아 한 개를 사버렸습니다. 東이 눈치 주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꽃집에서 한 시간은 더 몰입했을 겁니다.
곰피와 체리, 연근, 우엉을 사고 나니 갑자기 東이 말했습니다.
"족발 하나 사가자."
얼굴 표정 보니 당장 먹고 싶어 사자는데 "응? 내가 족발 만들어 줄게." 이럴 수는 없었습니다. 족발 골목으로 들어갔습니다. 두 번째 가게 앞을 보니 갓 만들어내어 김이 무럭무럭 나는 족발이 눈에 띄었습니다.
상호 이름이 용인 순대입니다.
족발 대 35,000원 중 30,000원 소 27,000원이라고 합니다. 앞다리 족발 중 하나를 포장해 달라고 했습니다.
친절하신 주인장, 반갑게 인사를 하셨습니다.
사장님은 열심히 썰어주시고 직원이 포장해 주었습니다. 집에 와서 포장을 풀어 식탁에 놓았습니다.
아니, 무엇이 이렇게 많다요? 족발을 사면 먹을 수 있도록 이렇게 포장해 주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그릇에 족발과 반찬을 다시 담았습니다.
새우젓, 대파겉절이, 깍두기, 쌈장, 마늘, 고추, 상추에 순댓국까지 포장된 줄 몰랐어요.
양이 많아서 접시에 이렇게 담고도 반이나 남았습니다. 혼자 사시는 이웃 할머니에게도 한 접시 담아서 갖다 드렸습니다.
상추에 족발 하나 올리고 마늘, 고추, 대파겉절이, 새우젓 한 마리 얹어 먹으니 맛이 참 좋았습니다.
먹으면서 東에게
"맛있제? 맛있제?"
거푸 물어도 이 남자 언제나처럼 먹는데만 열중하고 대답을 않더군요. 지난해 겨울 한 달 내내 족발 만들어 먹었을 때를 생각하면 이렇게 족발집에서 만든 것 사 먹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족발 만들기 여간 귀찮고 힘이 드는 것이 아니었거든요. 남편이 잘 먹어주어 만들고 또 만들었지만 종일 가스불에 붙어 서서 기름 걷어내고 양념 베어 들어라고 수시로 뒤적여 주었던 것 생각하면 앞으로도 족발 집에서 사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집에서 만든 족발이 더 맛있다."
이렇게 결정적으로 한 마디 합니다.
'아니, 그럼 내 칭찬인가?'
모른척하고 내 입에선 이런 소리가 나왔습니다.
"응? 시장에서 사길 참 잘했어, 족발 하나 15,000원 주고 사서 일곱 시간 가스불에 붙어 서서 삶고 양념하는 시간 계산하면 시장표가 훨씬 원가가 싸게 들고 맛도 좋구마는.... 다가오는 토요일도 장날이니 그때 또 가서 족발 사야지. 하하하"
첨언: 용인순대 사장님, 포장해 주신 순대국 참 맛있었어요. 나무젓가락에 순대를 끼워 맛 보여 주신 것, 차 속에서 먹었는데요. 정말 맛있었어요. 다가오는 토요일 족발 사면서 순대도 함께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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