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5일 토요일 맑음 미세먼지 많은 날
어제 이웃집에서 달래를 캐가라는 연락을 받고 갔습니다. 매실나무 아래 달래가 지천으로 자라고 있었습니다. 주인이 호미와 비닐봉지를 주며 한가득 채우라고 하셨습니다.
엊그제 겨울 같았는데 달래가 어느새 이렇게 쑥쑥 자라고 있었는지 세월이 참 빨리도 흐릅니다.
땅이 기름져서 달래 캐기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한 봉지 가득 캐는데 심십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집에 와서 수돗가에서 대충 씻었습니다. 달래는 캐자마자 물 가득 받아서 뿌리를 흔들면 흙이 잘 떨어집니다. 뿌리를 말리면 흙이 잘 안 떨어져서 다듬는데 애먹습니다.
다섯 번 정도 씻으니 흙이 다 떨어져 나갔습니다. 건져서 소쿠리에 담아 달래 한 개 한 개를 검사합니다. 혹시라도 이물질이라든지 잡풀 뿌리가 붙었는지, 검불이 붙었는지 확인하며 한 개 한 개 다듬습니다.
한 봉지를 무려 두 시간 걸려 다 다듬었습니다.
달래는 실뿌리와 구근 사이를 잘 살펴 보아야해요. 전년도에 자랐던 뿌리 부분이 검게 남아 있거든요. 이 작업이 가장 괴롭습니다. 힘들게 다듬어서 다시 물로 열 번 이상 씻었습니다.
뿌리가 실처럼 뽀얗게 보이지요? 이 실뿌리가 맛있습니다.
깨끗이 씻은 달래를 채소 탈수기로 돌린 후, 도마에 놓고 총총 썹니다. 넓은 그릇에 담고 고춧가루, 집간장 한 큰 술, 양조간장 두 큰 술, 참기름, 들기름, 올리브기름 각 한 큰 술을 넣고 잘 섞어줍니다.
달래장 만든 것을 미리 해 퍼 놓은 밥그릇 위에 올려줍니다
밥 가장자리엔 총총 썬 봄동배추와 잘게 부순 김을 둘려 놓습니다.
오늘의 비빔밥 포인트는 달걀 프라이 한 개와 방울 토마토 한 개, 화단에서 따 온 미국제비꽃 세 송이입니다.
언젠가 자연식 음식점에 가서 꽃밥을 주문했더니 비빔밥 위에 달랑 한련화 한 송이를 올려놓았더군요. 꽃 한 송이 놓으면 꽃밥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비빔밥 위에 꽃을 한 송이 얹으면 무조건 꽃밥이라고 합니다.^^
제비꽃밥, 이름도 예쁘잖아요?
노란 달걀과 빨간 방울 토마토와 제비꽃, 봄동 배추, 김가루와 만난 달래비빔밥 완성입니다.
이 예쁜 밥을 먹기 위해선 마구 섞어주려니 좀 아깝지만 과감히 젓가락으로 비볐습니다. 젓가락으로 비벼야 밥과 나물들이 골고루 잘 비벼집니다.
한 수저 듬뿍 떠서 먹었습니다.
맛이요?
꿀 맛입니다.
아니구요.
달래향이 나는 상큼한 채소 비빔밥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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