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순대와 근로자의 날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입니다.
근로자의 날 아침에 전날 만들어놓은 오징어순대를 먹었습니다. 수십 년 직장 다니면서도 근로자의 날엔 쉬어본 적 없습니다. 또 가정주부 노릇을 해도 근로자의 날이라 해서 쉬어본 적 없습니다.
그럼, 누구를 위한 근로자의 날이란 말인가요?
법에서 정한 근로자만이 쉴 수 있는 근로자의 날이네요?
법에서 정한 근로자란?
① 「근로기준법」과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서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근로기준법 제2조 1항 1호,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3조 2호)
②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1호)
이 세상의 모든 근로자를 위하여! 가정주부를 위하여! 그리고 나를 위하여! 축배를 듭니다.
사실 가정주부는 삼백육십오일 근로자, 보수 없는 근로자입니다. 가정주부가 부지런하면 남편과 자식들이 건강하니 부지런하지 않을 수 없어요.
2023년 4월 30일 일요일 아침 먹고 나서 오징어순대를 만들었습니다.
오징어 몸통에 넣을 재료 준비부터 했습니다.
재료 : 통오징어 4마리, 당면 삶아 건져놓기, 콩나물 삶어 건져놓기, 부추, 실파 다듬어 준비하기, 소고기 다져 놓기.
재료 준비하면서 제일 힘든 것은 쪽파, 부추 다듬기입니다. 다듬는데 족히 두 시간은 걸렸습니다.
갑자기 생각나서 오징어 순대 속에 가자미 살을 넣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큰아들 때문입니다.
"엄마, 식탁에 발 달리지 않는 것은 놓지 마세요. 비린내 나요."
'그래? 그럼 발 달린 오징어 속에 넣으면 되지.'
이렇게 해서 가자미를 쪄서 살을 발라 함께 섞었습니다.
소고기 다진 것, 청계달걀 두 개, 쌀가루 세 큰 술, 참기름 두 큰 술, 함초소금 한 큰 술을 넣고 오전 내내 장만한 재료들을 골고루 섞었습니다.
오징어 몸통에 오징어 다리를 통으로 넣고 나서 준비해 놓은 속을 채웁니다.
오징어 몸통에 오징어 다리 넣고 속재료를 꽉꽉 채워 넣었습니다.
오징어 몸통 끝에 요지를 꽂아 막았습니다.
내용물이 새어 나오지 않게 꼼꼼하게 잘 막아줬습니다.
오징어순대가 식을 동안 남은 속재료를 뭉쳐 단자로 만든 후, 튀김가루를 입힙니다.
동글동글하게 만들고 튀김가루 무치고...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한 쟁반입니다.
냄비에 물을 부어 찔 준비를 합니다. 찜냄비 밑에 깐 것은 양배추입니다. 물이 끓어오르면 올립니다.
정확히 15분 후에 다 익었습니다. 만두피 없는 만두, 맛이 참 좋았습니다.
남천 잎으로 장식했어요.
오징어 순대 요리하다가 뜬금없이 뒷마당이 등장합니다. 이유는 어제 만들어 놓은 오징어순대를 접시에 썰어 담으려고 무공해 식재료를 조달하려고 뒷마당에 갔어요.
십여 년 전 사과나무 한 그루 심어놓고 뒷마당을 텃밭으로 만들었습니다. 참나물, 삼채나물, 부추 등등 몇 가지를 심었습니다. 잘 구획된 텃밭이 세월 흐르며 감당 못할 지경이 되어버리더군요. 참나물은 씨앗이 절로 떨어져 한밭 되어버리고, 온갖 씨앗들이 바람에 날아들어 그만 쑥대밭? 아니고 각종 식물들이 제멋대로 자라는 공간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속 편하게 그냥 두고 먹을 수 있는 식재료만 뜯습니다. 자연농법이 절로 이루어진 겁니다.
화분에 심어놓은 삼색제비꽃. 이것은 감상도 하고 식용꽃이니 장식도 할 수 있는 유용한 식물입니다.
뒷마당에서 채취한 당귀잎, 돌나물, 삼채나물, 더덕순 그리고 삼색제비꽃 한 송이가 오징어순대와 만났습니다.
오징어순대, 만드는데 손이 많이 가지만 맛이 좋습니다. 아주 가끔씩은 만들어 먹어야겠습니다.
아무튼 오늘은 근로자의 날, 가정주부님들도 함께 근로자의 날인 만큼 오늘 하루만큼은 편하게 식탁 차려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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