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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자급 자족

김장김치 맛있게 담기, 육수 내기, 김치속 재료

by Asparagus 2023.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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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밭에서 배추 뽑아 김장 김치 맛있게 담는 법

2023년 11월 13일 월요일 맑음
아침 먹고 나서 東이 텃밭에 심어놓은 배추를 뽑아서 마당으로 옮겨 주었습니다. 농협에서 생산한 유기농 퇴비로만 키운 배추입니다. 배추가 한창 자라는 10월 초순경, 시장 생선가게에서 얻어온 생선 부산물로 만들어 놓은 액비를 두 번 뿌렸습니다. 생선 액비가 먹혀들었는지 지금껏 배추 농사지은 중 올해가 가장 잘 되었습니다. 요 며칠 영하로 오르락내리락 한 덕분에 배추 맛도 좋아졌습니다.

지난 8월 21일 배추 모종 50 포기에 5,000원 투자했는데, 무게 4~5킬로나 나가는 배추로 자란 것이 마냥 신기합니다. 뽑아온 배추 열 포기를 마당에 눕혀놓고 보니 부자 된 기분입니다. 모기장을 일찍 씌워준 덕분에 배추흰나비도 침범하지 않아 그야말로 농약 친 것보다 더 깨끗한 유기농배추를 먹을 수 있음에 마음속으로 감사 기도 드리며...

꽃보다 어여쁜 배추
꽃보다 어여쁜 배추
꽃보다 어여쁜 배추

텃밭에서 가장 실한 배추 열 포기로 김장을 합니다.

배추 속이 샛노랗습니다. 배추 속이 너무 꽉 차서 식칼로 자르기도 힘들었습니다. 한 포기 당 네 조각씩 나누었습니다.

오후 3시, 물과 소금 비율 10 : 1로 소금물을 만들어놓고 배추를 적셨다가 잠시 숨 죽으면 잎 켜켜이 천일염을 살짝 뿌렸습니다.

무한 반복되는 배추에 소금 치기, 지겨운 작업은 허리와 다리를 아프게 만들지만 끝이 보이는 일이니 참아야지요.

2023년 11월 14일 화요일 맑음
새벽 6시에 일어나 배추를 건져 소쿠리에 받쳐 소금물을 뺐습니다. 

아침 8시에 수돗물로 세 번 헹궈서 소쿠리에 받쳤습니다. 어제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오늘은 햇볕이 쨍하니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소쿠리에 받쳐 물기 빼기

육수 만들기 (전날 밤에 만들었습니다.)

들어간 재료

큰 무 1개, 배춧잎 두어 장, 다시마 큰 것 두 줄기, 새우 큰 것과 디포리 각각 한 대접, 북어 껍질, 대가리, 대추 스무 개, 양파 껍질 조금, 대파 뿌리 조금을 큰 냄비에 넣고 45분 달여줍니다.

마지막으로 멸치를 넣고 15분 더 달여 줍니다. (멸치는 오래 달이면 오히려 감칠맛이 감해집니다.)

마른오징어 3 마리를 손질하여 가스불에 살짝 굽습니다. 두 시간 동안 수작업으로 잘게 찢어줍니다. 김치 속에 마른오징어를 넣으면 감칠맛이 나서 김치가 익을수록 맛있어집니다. 단백질 보충도 됩니다.

잘게 찢은 마른 오징어
잘게 찢은 마른 오징어

 
통멸치젓에 물을 적당히 붓고 한 시간 달여서 채반에 받쳐 놓습니다.

통멸치젓으로 멸치 액젓 만들기

 
마른 청각 물에 불리기- 삼 심분 정도 불렸다가 손으로 바락바락 치대어 씻어 놓습니다.

 
찹쌀밥 하기- 찹쌀 두 컵으로 진밥을 해 놓습니다.(찹쌀가루로 풀 쑤는 것보다 찹쌀밥이 김치 맛을 더 좋게 합니다.)

절인 배추가 물이 빠질 동안 엊저녁에 만들어 놓은 육수에 찹쌀밥과 잘게 썬 청각을 넣고 분쇄기로 갈아줍니다.

엊저녁에 만들어놓은 육수(채반에 받쳐 육수물을 받아 놓은 것입니다.)에 찹쌀밥과 생강, 마늘을 넣고 분쇄합니다.

남은 찹쌀밥과 육수를 분쇄기에 넣고 분쇄해 줍니다.

 

김치속 만들기

위 재료들(분쇄기에 육수를 부어 갈아놓은 찹쌀밥, 육수, 마늘, 생강, 청각)을  전부 큰 대야에 붓고,  김치속 재료를 첨가하여 넣고 골고루 잘 저어 줍니다.
김치속 재료 - 새우젓 적당히, 고춧가루 1킬로그램, 부추와 소금에 살짝 절여 씻어놓은 청갓 한 단, 채 썬 큰 무 한 개, 다진 양파 5개, 찢어놓은 마른오징어 3마리, 부추 한 단, 쪽파 한 단, 매실청 한 컵, 통깨 한 컵.

만들어놓은 속재료로 배추 한쪽을 버무려 맛을 보았습니다.

갓 지은 햅쌀밥에 갓 버무린 김치 한쪽, 밥 한 공기 뚝딱입니다. 말이 짧은 東이 올해는 웬일로 평가를 다 해줍니다.
"김치 맛있다!"

남편 말 한마디에 힘입어 혼자서 두 시간 배추 열 포기에 속을 넣었습니다.

매운 것을 싫어하는 식구들을 위해 고춧가루를 덜 썼습니다. 색상은 희멀겋지만 맛이 좋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매년 담는 김장 김치, 담을 때마다 부담됩니다.
'올해는 담지 말고 사 먹을까?'
'배추 소금에 절이는 것이 힘드니 절인 배추 구입해 봐?'
'김치속도 판매하던데? 힘들게 하지 말고 살까?'
'봄부터 가을 내내, 농약 한 번 치지 않고 수확한 유기농 마늘, 양파, 파, 쪽파, 무, 배추, 고추, 생강... 이렇게 김장 담을 재료들이 다 있는데, 김장하는 이틀만 참으면 내년 여름까지 거뜬하게 건강하고 맛있는 김치를 먹는데...'
 
김치 담을 때까지 오만갈등 다 겪다가 올해도 결국 직접 담았습니다. 도와준다는 이웃도 있는데, 나 혼자서...

뒷북쳐도 좋아요.

이런?
저녁 다 먹고 났는데, 슬그머니 없어진 남편,  돼지고기 수육거리를 사 왔습니다.
제주흑돼지 앞다리살로 수육을 해서 이렇게 한 접시 썰어 놓았더군요. 국화꽃 하나를 올려 고맙게 잘 먹겠다는 정표를...
말 짧게 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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