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습니다. 식전에 4 킬로미터 조깅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갑니다. 비가 오니 새벽 조깅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집을 나섰습니다.
간밤에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그럼 나무에 달린 은행이 떨어졌을지도?'
집으로 오는 길에 은행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보았습니다. 역시, 예상이 맞았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키가 큰 은행나무입니다.
냇둑길의 막다른 집옆에 거대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집주인 승용차가 없는 걸 보니 출타 중이나 봅니다. 차가 오면 집 앞에 떨어진 은행 위를 인정사정없이 지나가서 세웁니다. 차 밑에 깔린 은행은 다 으스러집니다. 집옆에 있는 이 은행나무가 이 집에서는 애물단지이라고 합니다. 해마다 떨어지는 은행잎이랑 은행을 빗자루로 쓸어 밭둑으로 버립니다. 은행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라도 주워가면 됩니다.
오늘은 으스러진 은행이 안 보이는군요.
징그럽도록 많이도 떨어져 있습니다.
새벽 조깅을 마치고 오는데 단지 앞 도로 위가 알록달록 합니다.
비에 젖은 단풍잎이 예술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올해는 이상기온으로 요즈음에야 이렇게 단풍이 들었습니다.
머리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단풍잎이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아침 먹고 승용차에 빗자루와 쓰레받기, 바스켓 한 개를 실었습니다. 차를 은행나무 옆에 대어놓고 빗자루로 은행을 쓸어 모아 바스켓에 담았습니다. 오분 만에 한 바스켓 담아 집으로 왔습니다.
바닥과 텃밭에 샛노랗게 떨어진 은행이 아깝습니다. 이웃들은 줍는 것도 귀찮아할 뿐만 아니라 씻는 것도, 먹는 것도 귀찮아서 시도하지 않는대요.
저도 이런 일련의 과정이 힘들고 귀찮습니다. 그렇지만 참고 인내하며 시간 투자를 하면 여러 사람 입을 즐겁게 해 줍니다. 물론 나부터 구워 먹는 은행의 쫄깃한 식감을 좋아하니 은행을 줍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기하게도 은행을 줍고, 집에 와서 은행알을 손질할 때까지 햇살이 났습니다. 고무장갑을 끼고 은행을 바락바락 주물러서 알을 분리시켰습니다. 그러고 나서 빨래 빨 듯 은행을 씻습니다. 샛노란 은행겉껍질은 물에 떠내려가고 알맹이만 남습니다. 깨끗이 씻은 은행을 소쿠리에 건져 건조대에 널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은행 겉면이 뽀얗게 마릅니다.
장만한 은행을 바라보니 뿌듯합니다. 하루 열 개씩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 돌려서 먹을 일만 남았습니다. 은행 줍고 겉깝질 분리하고 씻어 말리느라 오전이 다 흘렀습니다.
점심 먹고 텃밭에 가서 마늘 심은 곳에 투명 비닐을 쳐 주고, 물고랑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쪽파와 대파를 한 바스켓 캐서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데크를 물청소하고 마당과 화단에 방치된 빈 화분을 정리하고 나니 어느덧 저녁 6시가 되었습니다.
아흐~ 오늘부로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정원일로 바빴던 일 년 식물 농사? 취미생활을 마무리합니다. 이 취미 생활이 매 순간 힘들었지만 때론 보람 있고 순간순간 행복을 느끼게 해 주었으니 나 스스로에게 '참 장하다.' 칭찬합니다.
내일부터는 올 일 년 농사 지어 갈무리해 둔 것을 '부지런히 먹어 없애치우는 계획과 실천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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