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4일 일 맑음
창밖으로 뒷동산 하늘을 바라보니 참나무, 밤나무 가지 너머로 겨울 하늘이 어제보다 더 푸르게 보였다. 아침 먹고 東은 작은 아들 기숙사방 이동하는데 도와주러 서울 다녀왔다. 해마다 같이 갔는데 여기도 일, 거기 가도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둘 중 하나를 선택 할 수밖에 없으니 여기에 있기로 했다.
삼일 째 정원을 가꾸었다. 아니 청소이다. 중노동이다. 소나무 가지 하나 하나를 손으로 쓰다듬어서 죽은 가지를 꺾어내고 소나무 갈비를 일일이 다 뜯어내었다. 대문 입구 계단, 마당 왼편 작은 동산에 있는 소나무, 명자나무, 담장을 빙 둘러가며 심겨진 연산홍들 사이사이에 있는 낙엽을 긁어내니 열 포대도 넘었다. 영산홍을 칭칭 감고 자란 인동 덩굴들을 뽑아내는데 너무 힘이 들었다.
일층 데크 앞 정원은 조릿대와 인동 덩굴과 연산홍과 산사나무와 산수유들이 처음에 심겨졌던 영역보다 몇 배나 세를 불리느라 얽히고설키며 제멋대로 자라서 정말이지 귀신이 나올 듯 했다. 이제 나무 자르는 것이 아깝게 여겨지지도 않았다. 대담하게 싹둑싹둑 잘라내었다. 세상에나! 바가지를 엎어 놓은 듯 한 모양의 커다란 바위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걸터앉아 보았다. 편안했다. 봄이 되면 마당에 나와 해바라기하기 좋은 바위 의자가 되겠다.
정원 손질을 하며 터득했다. 종류가 다른 나무들이 서로 섞여서 자랄 때는 어느 한 쪽을 선택하여 과감히 뿌리부터 뽑아버려야 한다는 것. 하나를 희생시킴으로서 다른 하나는 제대로 모습을 갖추어 바르게 자란다는 것.
온종일 혼자서 일하다 문득 입에 녹이 슬겠다 싶어 휴대폰으로 엄마에게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한 밤에 마당에 나가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수 없이 많은 초롱초롱한 별들 속에서 오리온자리, 삼태성이 더욱 밝게 빛을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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