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중순경, 목욕탕 속에서 두 다리를 쭉 벋는 중 문득 오른쪽 무릎에서 소리가 "뚝"하고 났습니다. 그 순간 다리가 당긴 듯 했는데 물에서 일어서니 다리가 절뚝이는 것입니다. 밖에 겨우 나와서 절뚝이며 집으로 왔어요. 하루 지나면 나을까? 이틀 지나면 나을까? 혼자 진단하고 혼자 아파하며 병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전 정말 왜 그리 병원에 가는 것이 싫은지...
식구들이 병원에 가라고 성화할 적마다
"내일은 꼭 갈게. 정말 갈게."
이러면서 밍기적 밍기적... 아픈 무릎은 나을 생각도 않고....
자신의 상태를 의사도 아닌 제가 혼자 분석하는 것은 참 잘못된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왜 아프게 되었는지 그 원인은 누구보다도 본인이 가장 잘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
1월달이 되자마자부터 결심했던 것이 바로 체중 감량이었습니다. 한 달에 500g 에서 1kg씩만 서서히 뺀다면 일년이면 적어도 6kg은 감량할거라는 계산하에 열심히 운동했습니다.
하루 삼십분 정도 하는 수영을 한 시간으로 늘여잡고 물 속 에어로빅(아쿠아로빅)을 삼 십분 정도 하면 될 것 같았습니다. 한 달 여를 물 속에서 열심히 수영하고 아쿠아로빅 동작 및 물 속에서 조깅을 한 시간 삼십분에서 두 시간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 제 노력이 한 달 정도 지나며 무릎 아프게 된 원인이 된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운동과부하에 걸려서 그런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운동량 다시 줄이고 무릎이 낫기를 기다렸습니다만 어찌된 일인지 오른쪽 무릎 아픈 것이 왼쪽 무릎까지도 통증이 가더군요.
잘못하다간 앉은뱅이 될 것 같은 위기.
한의원에 갔어요. 의사 선생님이 종아리에 부항을 뜨고 피를 뽑더군요. 그리고 침 몇 군데 놓고... 가루약봉지 세 개를 주더군요. 식후에 한 봉지씩 먹으라고...
사흘 치료 받고 나니 무릎 아픈 것은 둘째치고 부항 뜨고 피 뽑은 종아리에 피멍이 들어 피부 상태가 엉망진창되어 있었습니다. 게다가 가루약 먹은 첫날부터 사흘 내내 설사를 했습니다. 전 평소 설사하는 체질이 아닌데 말입니다. 그래서 한의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맘 속으로 생각했어요.
'아마도 물 속에서 아쿠아로빅하여 살 뺀다고 너무 많이 뛰고 걷느라 무릎이 탈 났을 거다, 그러니 물 속에서 천천히 걸으며 무릎을 고치자.'
혼자 뭐 이런 진단을 내린 제 무지는 그 후 몇 달 동안 다리를 절뚝거리며 생활하게 했습니다.
6월 어느 날, 문득 평소 차 끓여 먹는다고 직접 구하고 손질하여 말려서 보관해둔 차 재료들이 생각났습니다. 1L 주전자에 한 줌씩 넣어 차 끓여 먹었는데 그 정도 양으론 말 그대로 차 마신 것이니 이 재료들을 몽땅 끓이면 약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마솥에 가득한 약재
소죽 끓이듯 한약재를 몽땅 들어부어 끓였습니다.
진하게 우러난 약차입니다. 걸러서 냉장 보관해 놓고 하루에 큰 컵으로 석 잔씩 마셨습니다.
결론은 몇 달 동안 절뚝이며 걷던 제가 언제 무릎 아팠냐는 듯 예전 상태로 되돌아갔습니다.
다 나은 것이 너무도 신기해서 그제서야 정형외과 병원에 갔습니다. 엑스레이를 찍었습니다.
엑스레이 사진을 들여다 보시던 의사 선생님이 초기퇴행성 관절염인데 다 나았다고 하더군요.
세상에 이런 환자도 다 있어요.
가마솥으로 네 번 해서 먹었습니다. 무릎 관절 나은 것이 너무도 신기해서 망서리다가 내용 공개합니다.
약재들은 농약이나 공해에 오염되지 않은 집 주변에서 직접 채취하여 갈무리해둔 것입니다.
혹 무릎 관절이 안좋으신 분은 참고하십시오, 재료 용량은 저도 정량을 재지 않아서 잘 모릅니다.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가마솥에 쏟아부은 것이 후회됩니다. 이 다음엔 재료 양을 반드시 재어놓아야겠습니다.
제가 사용한 약재
가마솥에 처음 달여서 마신 약재
1 갓끈동부 껍질, 2 생강, 3 울금 잎과 줄기. 4 더덕 잎 줄기, 5 느릅나무 껍질과 가지, 6 조릿대, 7 돼지감지꽃, 8 빈대풀, 9 감초, 10 싸리나무 줄기와 잎, 11 기린초, 12 운지버섯, 13 잣송이, 14 칡뿌리, 15 어성초, 16 냉이, 17 씀바귀
가마솥에 두번째 달여서 마신 약재
(두번째 달여 마셨을 때 가장 효과가 좋았습니다. 마시자마자 무릎 통증이 바로 없어지는 듯 하더니 그 날부터 거짓말처럼 무릎이 아프지 않게 되었습니다. 불면증도 없어졌습니다. 무릎 관절 낫게 하는데 가장 큰 일조를 한 것은 아마도 우슬인 것 같아요. 무릎 아프신 분은 재래 시장이나 한약방에 가면 우슬을 손쉽게 구할 수 있을 겁니다. 다른 것은 구할 수 있으면 넣고 없으면 안넣어도 별 상관 없을 듯 합니다.)
1 쇠비름 2 조릿대 3 인동덩굴 4 구아바 5 녹차 6 삼지구엽초 7 야관문 8 야콘 9 돌콩전초 10 차풀전초 11 칡순 12 월계수잎 13 감자꽃(잠깐! 여기서 뜬금없이 왜 감자꽃이 들어갔는지 그 이유는 제 알뜰함 때문입니다. 약 달일 무렵 마침 감자밭에 꽃이 피어났더군요. 감자알이 굵어지라고 뜯어서 버렸는데, 문득 감자꽃도 좋을 것 같아서 한 소쿠리 말려두었던 것입니다.) 14 두릅뿌리 15 뽕잎 줄기 16 느릅나무 잎 줄기 17 우슬(쇠무릎 뿌리) 18 나마자(박주가리 열매 말린 것) 19 깻잎 20 자소엽 21 둥굴레 22 작두콩 23 마 24 측백 씨앗 25 율피
가마솥에 세번째 달여서 마신 약재
영지 | 작두콩 | 울금 | 자소엽,씨 | 어성초 | 계피 | 야관문 | 양파 | 비단풀 | 마늘 |
명자열매 | 감잎 | 호박꼭지 | 우슬 | 옥수수 | 측백씨앗 | 감초 | 국화꽃 | 밤 | 진피 |
마 | 가지꼭지 | 여주 | 산사열매 | 연잎 | 달맞이씨 | 들깨 | 야콘 | 질경이꽃 | 은행잎 |
개똥쑥 |
사족을 붙이자면요.
마흔이 좀 넘었을 때였어요. 오른 어깨가 너무 아파 밥 하는 것도 힘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도 아파서 정형외과 병원에 갔더니 오십견이 왔다고 하더군요.
"아니, 제 나이 아직 오십이 되려면 까마득한데요. 왜 병명을 오십견이라고 하는지요?"
"오십살 넘어서 오십견이 오는 것이 아니고요. 오십대에 주로 이렇게 어깨 아픈 증상이 많이 온다고 해서 오십견이라고 합니다. 삼십살에도 오십견이 오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팔 될 수 있는 한 쓰지 말아라고 하면서 어깨 보호대 걸이를 하라고 하더군요. 한달 여를 어깨 보호대를 하고 다니며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도 먹었어요. 한 달을 먹으니 체중도 막 불어나는 겁니다.
한 달 후, 염증 수치를 다시 검사하니 일반인은 15까지 정상인데 저는 17정도 나왔다고 하더군요.
"약 먹으니 살이 자꾸 쪄서 그러는데요. 약 먹지 않고 어깨 아픈 것 견디어내면 되겠습니까?"
"통증 참을 수만 있다면 약 안먹고 견디어 내면 됩니다. 그렇게 해 보세요."
매일 밤마다 어깨 아프고 손목 아프고...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하고 그렇게 불편해하면서도 약은 먹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참 우연찮게 어깨가 나았는데요. 그때 일을 생각하면 참으로 신기합니다.
그 당시 저학년 담임했을 때였습니다. 오전 근무 끝나고 오후에는 주로 교실에서 업무 처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날벼락 같은? 제 옆 교실이 방과후 교실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바이올린 교실로...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제 성격에 방과 후 바이올린 초보들이 긁어대는 불협화음 악기 소리는 그야말로 제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다못해 돌아버릴 지경이었습니다. 한 달을 견디다 방과후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선생님, 저도 바이올린 배우면 안될까요?"
뜻밖의 제 제안에 바이올린 선생님이 깜짝 놀라더군요.
바이올린 수업을 하면서 내심 제 눈치를 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랬는데 뜬금없이 제가 바이올린을 배운다고 했으니...
"선생님, 맞아요. 저 바이올린 연습 소리가 너무 귀에 그슬리고 미치겠어요. 혼자 끙끙 앓느니 차라리 저도 같이 소리 보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이렇게 해서 바이올린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레슨이었지만 연습은 매일 해야하지 않습니까? 어린 아이들 틈에 바이올린을 켜려면 어른인 제가 그 아이들보다 못해서야... 매일 시간나는 대로 바이올린 곡을 연습했습니다. 바이올린을 어깨에 갖다대고 오른손으로 활을 아래 위로 잡아 당기니 아픈 어깨가 더 아프더군요. 아픔을 참고 배운 곡을 연습하고 또 연습했습니다.
이렇게 몇 달이 흐르며 바이올린 선생님은 진도가 빨리 나간다고 좋아하셨고, 저는 그 불협화음 방과후 교실이 아닌 행복한 방과후 교실을 만들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기적까지 일어났던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제 어깨 통증, 언제 사라졌는지도 몰랐습니다.
미루어 짐작컨대 바이올린 현을 아래 위로 켜느라 절로 어깨 운동이 된 것입니다. 매일 어깨 운동을 했으니 어깨 근육이 좋아졌고 통증은 사라졌던 것입니다.
조금 아프다고 병원에 가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저처럼 병원에 너무 가지 않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남편이 저에게 수시로 퉁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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