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 하던 이모님 집에는 아름드리 체리 나무가 두 그루 있었습니다. 새빨간 체리 열매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던 여름방학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던 6,70년대 학창 시절이 기억납니다. 체리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체리나무에 꽃은 언제 피는지, 체리꽃은 얼마나 어여쁜지... 그런 것엔 관심 없었습니다. 오로지 달콤한 체리 열매만이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새벽이면 자전거 타고 과수원에 가셔서 바스켓에 체리를 가득 따오시던 이모부님이 얼마나 좋아 보였던지요. 이모님 댁에서 체리를 먹을 때마다 꿈을 가졌습니다.
'나도 나중 어른이 되면 체리나무 두 그루는 꼭 키워야지.'
어느 해 이모부께서 체리나무가 너무 늙어 베어버리셨다고 했습니다. 그때의 허망함이란!
오랜 세월 지나 21년 3월, 드디어 묘목 두 그루를 구입하여 마당에 심었습니다. 꿈이 절반은 이루어졌습니다. 23년 3월 끝자락에 꿈에도 그리던 체리나무 한 그루에서 꽃망울을 발견했습니다. 드디어 새하얀 체리 나무 꽃이 희망의 4월을 알려주듯 피어나고 있습니다. (사진 또는 묘목 구입 1을 클릭하면 체리나무 심는 법이 나옵니다.)
항상 쌍둥이로 붙어 다니는 체리
새빨간 핏빛 같은 체리
달콤 새콤한 체리
머릿속에 들어있던 그 체리나무의 추억을 올해부턴 현실로 다가오려나요?
새하얀 꽃이 눈부십니다.
환한 얼굴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두 송이씩 사이좋게 매달린 새하얀 꽃송이
속눈썹 같은 수술 모습
꽃받침 아래 부분이 몽글몽글합니다. 수정이 되면 체리 열매가 되겠지요?
4월 4일 꽃송이가 더 많이 벌어졌습니다.
이 깔끔한 꽃에 벌들이 오지 않아요. 지난해도 올 겨울에도 바이러스로 벌들이 많이 죽었다고 합니다.
4월 4일 다음 날 기다리던 봄비가 내린다 해서 붓으로 꽃송이마다 수술에 묻은 꽃가루를 쓸어주어 벌 역할 대신했습니다.
잎은 이렇게 뾰족뾰족 내밀고 있습니다.
나무 전체 모습입니다. 다 피어난 꽃송이가 겨우 스무 개 정도입니다.
묘목에서 처음 피어난 꽃송이에서 체리 열매가 스무 개만 달려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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