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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탐사 culinary exploration/요리 시간

정월 대보름 오곡밥, 아홉 가지 나물, 나눔, 친정엄마표 반찬

by Asparagus 2023.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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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정월 대보름은 양력으로 2월 5일 일요일입니다. 정월 대보름은 대보름 절식(節食)의 하나입니다. 절식(節食)이란 절일(節日)을 맞아 그 뜻을 기리면서 만들어 먹는 전통 음식을 말합니다. 오곡은 곡식의 총칭이라고 할 수 있고 또 쌀·보리·조·콩·기장 등의 다섯 가지 곡식을 이르기도 합니다. 오곡밥은 정월 대보름 전날 저녁에 미리 지어서 아홉 가지 나물과 함께 보름 명절의 음식으로 삼아왔습니다. 오곡밥에는 그 해의 곡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뜻이 담겼다고 합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은 농사지은 곡식을 종류별로 모두 넣어서 오곡밥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2월 4일 토요일 오후 5시에 오곡밥을 지었습니다.

2023년 정월 대보름 전날밤에 지은 오곡밥

여련화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수수, 황금차조, 청자조, 검은팥, 붉은팥, 흑보리쌀, 찰보리쌀, 녹두, 선비콩, 찰흑미, 밤콩을 씻고 불려서 무려 11종류나 되는 잡곡 4컵과 찹쌀 4컵으로 밥을 지었습니다.
정월 대보름 오곡 잡곡과 찹쌀, 스네이크우드(snakewood)선물 받다 (tistory.com)

정월 대보름 오곡 잡곡과 찹쌀, 스네이크우드(snakewood)선물 받다

2023년 2월 1일 수요일 맑음 어머나? 세상에... 해마다 정월 대보름날 보름 찰밥을 하면 이웃들과 나눠 먹기만 했는데 오곡 잡곡과 찹쌀을 선물 받기는 처음입니다. 2023년 정월 대보름은 양력으로 2

jmh22.tistory.com

먼저 찹쌀 네 컵을 씻어 물량에 맞춰 밥을 안친 후, 껍질 까서 말린 알밤 한 컵을 함께 넣어 불립니다.

불려놓은 11곡을 넣고 깨끗이 씻은 대추 20개와 곶감 한 개, 소금 1 티스푼을 넣습니다. 전기밥솥에서 찰진 잡곡 기능을 선택하여 눌러 준 후, 반찬을 만듭니다. 정월 대보름날이면 커다란 솥에 한가득 끓여놓고 보름 찰밥 먹을 때 한 접시 떠주시던 친정 엄마가 생각납니다. 자랄 때 먹었던 그 맛을 잊지 못해 정월 대보름날엔 꼭 이 찌개를 끓입니다. 엄마가 주시는 것만 먹어봤지 요리하는 법은 배운 적이 없어 참 아쉬웠어요. 그렇지만 해마다 이렇게 친정엄마표 반찬을 흉내 내어 끓입니다.

우선 무를 큼직큼직하게 썰어서 전골 냄비에 깝니다. 물을 냄비 가득 붓고

마른 통오징어 두 마리를 올립니다.

황태 북어포 한 마리를 올립니다. 뚜껑을 덮고 5분 정도 끓이다가 북어포를 먹기 좋게 가위로 잘라줍니다.

집간장에 고춧가루, 마늘을 풀어 섞은 후, 재료들 위에 뿌려 줍니다. 맨 마지막에 두부 한 모를 큼직하게 썰어 넣습니다.

뚜껑을 닫고 중불에 은근히 50분 정도 끓입니다.

먹을 땐 오징어를 찢어서 접시에 담습니다.

명태와 오징어가 우러난 국물맛이 시원합니다.

반찬 할 동안 전기밥솥에서 "맛있는 잡곡밥이 완성되었습니다. 잘 저어서 드세요." 하는 음성 메시지가 들렸습니다. 대보름날에는 다른 성을 가진 세 집 이상의 밥을 먹어야 그 해의 운이 좋다고 하여 여러 집의 오곡밥을 서로 나누어 먹었답니다. 그런 풍습이 아니더라도 해마다 보름밥을 지으면 몇몇 이웃에게 한 그릇씩 나눔 합니다. 잡곡밥을 골고루 잘 저은 후, 밥을 그릇에 담아 이웃으로 배달 갔습니다.

저녁 6시 30분인데 하늘엔 벌써 보름달이 휘영청 떠 올라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월 열나흗날 달입니다.


할아버지 돌아가신 후로 오곡밥을 하지 않는다는 이웃 할머니는 들고 간 오곡밥을 보고 너무도 놀랐나 봐요. 매우 기뻐하시며 그릇을 돌려주실 적에 나무로 만든 그릇 하나를 보자기에 싸 주셨습니다.
깜짝 놀라 손사래 쳤습니다.
"아무것도 안 주셔도 되어요. 제가 앞으로 이십 년은 보름밥 배달할 수 있게 건강하게만 사셔요."
"이건 고마워서 주는 그릇입니다. 아무에게나 안 줘요. 이 그릇을 잘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는 겁니다."

그릇 속 나무 나이테가 아름답습니다. 선물 받은 나무 그릇을 어떻게 활용하면 가장 빛날까요?

이웃 세 집에 밥을 갖다 드리고 오니 두 번째 안친 전기밥솥에서 "밥을 잘 저어 주세요." 하는 음성 메시지가 흘러나왔습니다. 이번에도 밥이 참 잘되었습니다.

아홉가지 나물 반찬

정월 대보름날엔 아홉 가지 나물반찬을 하여 먹으면 좋다고 합니다. 몇 년전 정월 대보름날 먹었던 사진입니다. 해가 가니 몸이 귀찮아져서 아홉가지 나물 반찬은 엄두도 못 냅니다.

부름은 직접 만든 강정으로 준비하고 생강과 계피를 달여 만든 수정과도 했던 날이 있었네요? 내년엔 다시 시도해 보아야겠습니다. 몸이 한번 편하면 자꾸 편해지려고 게을러지나 봅니다.

귀밝이술은? 2008년도에 깊은 산속 양지바른 곳에서 채집하여 담아놓은 뇌두가 긴 장생 도라지 술입니다. 도라지주는 기관지, 폐에 좋다고 합니다.

귀밝이술 안주는 곶감 호두말이입니다.

대보름 절식(節食)을 만들고 차려 식구들과 함께 먹는 일이야말로 앞으로도 영원히 이어져나갈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속입니다. 오늘은 날씨가 맑으니 정월 대보름달이 휘영청 뜰 것입니다. 달님에게 빌 소원 한 가지를 맘 속으로 생각해 둡니다. 정월 대보름맞이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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